“2009년 한-이라크 유전개발 MOU, 구체적 합의 안된채 설익은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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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공개

2009년 2월 24일 한-이라크 정상회담 과정에서 청와대가 발표한 유전개발 등 대규모 경제협력 합의문에 대해 당시 한국 외교통상부는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설익은 것’이라고 주한 미국대사관 측에 설명했던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청와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바스라 지역 유전개발과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연계하는 35억5000만 달러(약 4조1600억 원) 규모의 사업에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2009년 2월 26일자 주한 미대사관의 서울발 전문에는 “곽성규 외교부 중동과장은 청와대 보도자료는 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전에 작성된 것이며 ‘설익은 상태’(prematurely)에서 배포됐다고 오늘 우리에게 설명했다”고 썼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 명의로 미 국무부에 보고된 이 전문은 “청와대 보도자료와 달리 한국 외교부는 세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곽 과장은 1시간 동안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세부사항을 합의할 시간이 없었다. 대신 세부사항은 5월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장관급회담에서 결론짓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재 주네덜란드 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재직 중인 곽성규 당시 과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prematurely’라는 단어를 썼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는 합의가 ‘설익었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미리 배포된’ 자료대로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것”이라며 “양국 정상은 큰 틀에서의 경제협력을 합의했고 세부 사항은 추후 장관급 레벨에서 협의를 지속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라크 정부는 한국 기업을 쿠르드 유전개발에 참여시키지 않는 등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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