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었어요… ” 엄마손 꼭 쥔 일곱살 꼬마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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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초등교서 최악 총기난사
어린이 20명 등 27명 참사… 오바마 현장 추모식 참석

“친구 대니얼이 죽었어요. 하루도 안 지났는데 벌써 보고 싶어요.”

미국 최악의 총기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15일 오전 사건이 발생한 동북부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에서 2km 떨어진 세인트로즈리마성당.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이곳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은 1학년 학생(7)은 기자의 질문에 끝내 참았던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그는 옆 반에서 총소리가 나자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교실 책장 뒤로 숨었다고 말했다. 아이 엄마 수전 가게노 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런 비극이 일어나다니…”라면서 “앞으로 이 사건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는 참혹했다. 백인 청년 애덤 랜자(20)는 14일 오전 9시 40분경 반자동 라이플총 1정과 권총 2정으로 무장한 채 초등학교 1학년 교실 3곳에 난입해 100발이 넘는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방탄복까지 착용한 랜자는 학교로 향하기 전 집에서 모친 낸시를 살해했으며 범행 후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랜자의 난사로 학교에서 6, 7세의 1학년 학생(여학생 12명) 20명이 숨지고 교장과 교사 등 6명이 희생됐다. 부검 결과 희생자 1명당 최소 3발에서 많게는 11발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과 범인의 모친을 합치면 사망자는 28명이며 한인 피해자는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후 학교에서 발견된 무기는 부시마스터 223구경 소총과 글록 10mm 권총, 지크자우어 9mm 권총 등 강력한 성능의 무기들이어서 랜자는 ‘대학살’을 저지를 준비를 철저히 한 상태였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미국에서 2007년 4월 재미교포 조승희가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에게 권총을 난사해 숨지게 한 후 교내 총기 사고로 인한 피해자 규모에서 두 번째다. 꽃봉오리 같은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참히 희생돼 미국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세인트로즈리마성당 추모소에는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글을 적는 보드 3개가 설치됐다. 사고 당일 밤에 열린 추모 기도회에는 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800여 명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밝히며 어린 넋을 기렸다. 인근 집과 가게에는 ‘샌디훅에 신의 가호를’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따뜻한 포옹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건 발생 후 학교 인근 1마일(약 1.6km)은 철저한 통제로 주민은 물론이고 취재진의 접근조차 불허했다. 인구 약 2만7000명의 조용한 소도시는 참혹한 사건 현장으로 바뀌어 순식간에 크리스마스캐럴이 멈춘 적막의 도시로 변했다.

경찰 조사에서 범인의 형 라이언은 동생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과 인격장애 등을 앓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랜자가 모친을 먼저 살해해 가족 갈등이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건 당일 애도 성명과 15일 주례연설을 통해 “의미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 논의가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애도 성명에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어여쁜 어린이들…”이라고 말하다 12초 동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오후 7시(한국 시간 17일 오전 9시) 코네티컷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직접 참석해 애도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 발생 몇 시간 전 오클라호마 경찰은 바트레스빌고등학교에서 강당에 학생을 모아놓고 총을 쏘고 폭탄까지 터뜨리려고 계획한 이 학교 학생 1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혀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로 희생된 교직원 6명의 가슴 아픈 사연과 어떻게든 한 명의 학생이라도 보호하려 했던 교사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속속들이 전해지고 있다. 1학년 담당 교사인 빅토리아 소토 씨(27·여)는 처음 총소리를 들은 뒤 자기 반 학생들을 교실 옆 화장실로 피신시킨 뒤 바깥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문 밖으로 나섰다가 마침 접근해 오던 범인 랜자의 총을 맞고 숨졌다.

돈 혹스프렁 교장(47·여)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범인에게 달려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뉴타운 시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영웅이라는 단어 외에 혹스프렁 교장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뉴타운(코네티컷)=박현진·워싱턴=최영해 특파원 witness@donga.com
#총기난사#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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