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스페인 은행 18곳 무더기 신용강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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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심화 우려”… 1, 2위 은행 두단계 강등 이어 또 하향
구제금융 약발 하루만에 뚝… 英-佛-伊증시 일제히 하락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12일(현지 시간) 카이사방크와 방키아 등 스페인 은행 18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피치는 11일 스페인 1, 2위 은행인 BBVA와 산탄데르의 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나 강등했다.

피치는 성명에서 “이들 은행 대출의 부실이 더욱 심해질 소지가 있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세 단계나 하향조정한 바 있다.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유럽과 미국의 금융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했다. 11일 독일(0.17% 상승)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의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12일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40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20.14포인트(0.16%) 오른 12,431.37에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98포인트(0.15%) 상승한 1,310.91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11.84포인트(0.42%) 오른 2,821.57을 각각 기록 중이다. 시장에서는 전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 대한 반발매수세가 일어났다. 하지만 유럽 위기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해 주가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스페인 국채 10년물은 금리가 6.47%로 올라 4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은 이탈리아’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이탈리아 국채 10년물도 6.04%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은행 지원이지만 스페인 정부의 빚이라는 인식과 함께 스페인 은행이 계속 자국 국채를 살 것이냐는 의구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월가의 유명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씨는 “스페인 은행은 파산하게 해야 한다. 유럽은 어리석은 결정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JP모건펀즈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구제금융이 스페인의 침체된 경제를 부양할 가능성은 없고 위기의 전염 위협을 낮출 뿐”이라며 “더 중요한 장애물은 그리스 총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포렉스트레이딩(GFT)의 캐시 리언 통화전략 이사는 “스페인 지원금이 어디서 나올지, 채권자들의 선순위와 후순위가 어떻게 될지 등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자금원으로 유력한 유로안정화기구(ESM)가 갖는 ‘최우선순위 채권자’ 지위가 스페인 국채에 대한 투자 열기를 냉각시키고 국채 금리 상승을 부를 것으로 우려했다. ESM은 스페인에 문제가 생겨 빚잔치를 할 경우 국채를 가진 민간채권단보다 더 우월적인 채권자가 된다. 이 때문에 독일 등은 “ESM은 정부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며 선호하지만 민간채권단에게는 반대로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스페인 은행 전체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려면 1000억 유로로는 부족하고 2500억∼3000억 유로가 필요하다며 2차 구제금융설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피치#스페인 은행#신용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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