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사고 6일째… 일부 서비스 장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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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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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소행? 외부공모? 갈수록 아리송

《 사상 초유의 농협 금융전산사고가 발생한 후 한국IBM이 농협에 파견했던 직원 2명을 철수시키고, 농협 측도 IBM 직원을 지원하던 3명을 외부와 철저히 격리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서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의 금융전산망은 12일 전면 불능 상태에 빠진 지 엿새째인 17일에도 완전 복구되지 못했다. 또 이번 금융전산사고를 계기로 농협이 과연 자회사끼리 고객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로서의 자격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 “명령어 노트북에서 입력 안 돼”


IBM과 농협이 관련 직원들에 대해 ‘입단속’에 나선 것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로부터 ‘내부 단독 소행 또는 내·외부 공모설’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17일 검찰 수사에서 IBM 및 농협 직원 5명 모두가 운영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는 ‘최고관리자 접근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 명령어가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에서 직접 입력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통상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나 외부 인터넷을 통해 노트북에 접근한 뒤 명령어를 실행할 경우 접속기록이 한 번 더 남게 돼 검찰의 추적이 그만큼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 사건처럼 5명이나 되는 많은 인력이 최고관리자 권한을 보유할 경우에는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IBM 직원의 철수 시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 측은 IBM 직원 2명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3일 철수했다고 밝혔지만 IBM은 “15일까지도 복구작업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현재 전산망 복구작업은 IBM의 비상대응팀과 처음부터 IBM 파견직원 2명을 지원하던 3명의 농협 직원이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외부 해킹이나 바이러스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 농협 전산망 “아직도 복구 중”


농협의 전산장애로 인한 금융거래 차질은 17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를 하거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는 것은 정상화됐지만 신용카드 대금이 농협의 결제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기능은 복구되지 못했다. 또 인터넷뱅킹을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등 카드와 인터넷이 연결된 서비스도 지연되고 있다. 조합원 출자금 배당시스템, 내부 경영정보 확인 등 내부망도 복구 중에 있다. 농협의 개인 조합원은 약 245만 명에 이른다.

카드 거래 정상화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고객의 거래 원장(元帳)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는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대행 서비스업체(VAN)를 통해 농협의 중계서버까지 도달한 거래정보가 중계서버의 고장으로 고객의 거래원장에 쌓이지 못하고 다시 VAN으로 튕겨 나간 것이지, 거래 원장이 훼손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카드 기능 정상화가 지연되는 것은 VAN으로 돌아간 거래정보를 다시 받아서 일일이 거래원장에 입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CEO 리스크’까지 등장


농협은 사고 예방에 실패한 것은 물론 초동 대응과 사후 수습에 이르기까지 신뢰가 최우선 가치인 금융회사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허둥지둥했다.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할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에겐 책임 없다’는 식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사고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14일에야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이 자리에서 “기자들이 당한 것(농협으로부터 복구 완료 시간에 대한 답변을 들었으나 여러 차례 지연된 점)이나 내가 당한 것이나 똑같다”고 말해 ‘CEO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업무를 모르고 내가 한 것도 없으니까 책임질 일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CEO로서 이번 사고를 수습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내년 3월 농협금융지주의 출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최근 농협법 개정에 따라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NH생명, NH화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로의 전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각각의 자회사가 보유한 고객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어 영업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객정보 공유는 보안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핵심 업무인 금융전산망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금융지주 전환 작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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