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은둔 좋아했던 김정일, 시신 영구보존? 화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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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민심 안좋은 것 알아… 일반인 공개 수용했을지 의문
오래전에 ‘매장 말라’ 지시

북한은 19일 국가장의위원회 공보 형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리면서 “김 위원장 시신을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하고 17일부터 29일까지를 애도기간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 시신은 김일성 주석처럼 영구 방부 처리돼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뒤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직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아버지의 권위와 효자의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데 의문이 없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 시신이 영원히 기념궁전에 보존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은둔을 선호했던 김 위원장의 성격상 자신의 시신을 일반인이 매일 참관하도록 용납했을지 의문이다. 김 주석 시신의 영구 보존을 결정한 것은 김 위원장이다. ‘영생’을 강조하고 아버지에 대한 주민들의 경외감을 통치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주민의 감정이 좋지 않음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는 1983년 자신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건 다 가짜야”라고 말했다고 당시 북한에 납치됐던 신상옥 감독이 증언한 바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오래전에 이미 자신의 시신을 매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더구나 근래에 잇따른 독재국가들의 붕괴와 통치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지켜본 그로서는 자신에 대한 후세의 평가를 우려해 생전에 유언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 금수산기념궁전이 과거 김 주석의 관저인 주석궁이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곳에 아버지와 함께 안치되는 것도 상징성을 중시하는 북한의 시각에선 어색한 일이다.

나아가 과거 사회주의국가들도 레닌이나 마오쩌둥(毛澤東), 호찌민처럼 건국 지도자의 시신만 영구보존 처리했다. 현재 혈통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후계자 김정은의 처지에서도 경제 재건에 실패한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28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간부들이 충성심을 과시하려 김정일 동상 건설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으나 김정은의 지시로 중단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1976년 사망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의 장례 방식을 높이 평가해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저우 전 총리는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시작되던 1965년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조국 땅에 뿌리라는 유언을 미리 남겼다. 이후 덩샤오핑(鄧小平) 덩잉차오(鄧潁超) 같은 여러 중국 지도자의 장례도 같은 방식으로 치러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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