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원 절실한 北, 대화공세로 U턴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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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신년사설 5문 5답

북한이 1일 밝힌 신년공동사설에는 경제난과 국제적 봉쇄라는 ‘내우외환(內憂外患)’ 속에서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있는 지도부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5문 5답 형식으로 북한의 속내를 해석해 봤다.

① 신년 대화공세의 의미와 전망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대남 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과 달리 사설은 남측에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했다. 사설은 “민족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각계각층의 자유로운 래왕(왕래)과 교류를 보장하며 협력사업을 장려하자”며 정부의 5·24조치 해제 및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등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통일연구원은 1일 “내부문제로 인한 남북대화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으로선 3대 세습과 강성대국 완성 등을 위해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남측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6자회담에 앞서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한 것일 수도 있다.

② 정부가 북한의 대화 제스처에 시큰둥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통일부는 이번 사설에 대해 “대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면서도 “남남갈등 조장을 위한 선전 선동에 주력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국방부도 “대결상태 해소를 이야기하면서도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조했다”며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일축했다.

이런 반응은 북한의 대화 제의가 위협을 동반한 전형적인 대남 이중전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은 대남 전략상 도발 후에는 반드시 대화국면을 조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06년 사설에서 미국에 의한 한반도 ‘핵참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공격에 의한 핵참화 가능성을 언급한 사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③ 왜 미국을 향한 발언이 대폭 줄었나?

이번 사설에는 미국에 대한 발언이 거의 없다. 2009년과 2010년에도 미국을 비난하지 않고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번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던 ‘평화체제 수립’이나 ‘조(북)-미 사이의 적대관계 종식’ 등의 표현조차 없다.

우라늄농축과 3차 핵실험 준비 등 실력행사에 나설 수단을 갖춘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해 2차례 진행한 북-중 정상회담을 명시한 것도 ‘미국 자극하기’의 일환일 수 있다.

④ 3대 세습과 후계자 김정은 언급은?


사설은 김정은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특기할 정치적 대경사”가 있었고 “계속혁명의 근본담보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28일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3대 세습이 공식화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사설은 또 김정은의 경제분야 대표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컴퓨터수치제어(CNC) 기술을 강조했다.

아울러 “인민군대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모든 분야에서 당의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며 ‘당 우위 원칙’을 재차 천명한 것은 당을 중심으로 3대 세습을 완성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⑤ 경공업 살고 농업 빠진 이유는?

올해 사설은 경공업을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主攻)전선”이라고 선언하면서 2010년에 이어 ‘인민생활 향상’을 제목으로 뽑았다. 말로라도 경제적 성과 달성을 약속해 후계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높여야 한다는 북한 지도부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지하자원을 팔아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은 사설에 처음 언급된 것으로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지도부의 궁박함이 배어 있다. 지난해와 달리 사설 제목과 주공 대상에 농업이 빠진 것은 식량문제 해결에 자신감이 없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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