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키우, 1차 방어선도 없었다…러군, 걸어서 입성”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13일 16시 06분


코멘트

'러군 3만 병력 증강' 불구 북동부 방어선 부재
"태만했거나 부패…실패 아닌 배신 행위" 비난

ⓒ뉴시스
러시아군이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9개 마을을 점령한 가운데 아무런 방어선 없이 쉽게 걸어서 입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특수 정찰부대 사령관인 데니스 야로슬라우스키는 12일(현지시각) BBC에 “1차 방어선조차 없었다. 우리가 봤다”며 “러시아군은 그저 걸어서 들어왔다. 지뢰밭도 없이 그냥 걸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동안 하르키우 지역 국경을 따라 작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진격 깊이는 수㎞에 불과했지만 국경 지역을 따라 우크라이나 영토 약 100㎞를 집어삼켰다. 방어선이 더 잘 구축된 동부 지역에선 러시아군이 같은 전과를 내는데 수 개월이 걸렸다.

그는 2022년 가을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국경까지 다시 밀어내는 기습 공격에 참여했었다. 이제 그와 그의 부하들은 다시 같은 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방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는 BBC 기자에게 며칠 전 촬영한 드론 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엔 러시아군이 아무런 저항 없이 국경을 넘어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특히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방어선을 구축했다는 당국자들의 주장과 달리, 그는 그런 방어선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태만하거나 부패했거나 둘 중 하나였다”며 “실패가 아니었다. 그건 배신이었다”고 비판했다.

사실 러시아군의 이 같은 공격은 예견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 정보기관 모두 러시아가 국경을 넘어 병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최대 3만 명이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포격으로부터 러시아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하르키우 지역에 완충지대를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르키우 국경 너머에 있는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의 잦은 공격 대상이 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마을을 폐허로 만드는 익숙한 전술을 사용하며 진격하고 있다. 현지 한 경찰은 러시아군이 매시간 50~60발의 포탄을 발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군은 또 우크라이나 방공망 사거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전투기로 활공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하루 약 100발의 활공포탄을 1000㎞ 전방에 쏘고 있다고 했다.

이 곳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이 또 다른 격전지가 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이미 부족한 병력과 무기 등 한정된 자원을 나눠야 한다. 현재 대략 러시아군의 10분의 1 수준인 포탄은 미국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에 배치된 병력을 끌어오고 적절한 방어선도 구축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하르키우시가 아직 지상전의 위협을 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진격할수록 하르키우시는 러시아 포병 범위 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BBC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야로슬라우스키는 BBC에 “당연히 화가 난다. 우리는 2022년 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수 천 명을 잃어야 했다. 우리는 목숨을 걸었었다”며 “그리고 지금 누군가 요새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사람들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