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홍수’ 파키스탄 고립지서 임산부들, 보트로 목숨 건 탈출

  • 뉴스1
  • 입력 2022년 9월 8일 11시 46분


코멘트
“남편이 보트를 가져왔다. 나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3시간 동안 보트에 몸을 실었다.”

파키스탄의 루비나 말라(27.여)는 출산을 앞두고 대홍수가 닥쳐 보트에 몸을 실어 병원을 찾아 나섰다고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살던 파키스탄 남부 세환 지역은 폭우로 온 마을이 잠긴 상황이다. 파키스탄은 국토 3분의 1이 침수되고 3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재민들은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말라는 피난길에 오른 수만 명의 산모 중 한 명이었다. “그날 밤 나는 마을 호수가 넘칠 것을 걱정했다”며 말라는 피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아들 무하마드 타이야브를 껴안았다.

타이야브는 세환 외곽에 건립 중인 학교 건물에 설치된 임시 대피소에서 태어났다. 홍수로 마을이 잠겨 병원에 가지 못한 임산부들은 임시로 쳐진 텐트에서 출산한다.

남편인 무스타크 말라는 당시 홍수가 올 것을 알았으나 갈 곳이 없어 아내와 집에 머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붕에 대피소를 설치했다.

그는 “아내는 밤 10시쯤부터 진통이 시작됐다”며 “우리는 절망하며 밤을 지새웠고, 아침에 보트를 가지고 와서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회상했다. “홍수가 또다시 마을을 덮칠 때마다 우리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말라 가족의 집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쉽게 오갈 수 있던 위치였다.

하지만 지난달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세환 지역을 보호하고자 최대 담수호 제방에 구멍을 뚫을 만큼 당시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이재민 임산부들, 생명 위협받아 트라우마 겪어

파키스탄 홍수 지역 임산부들은 의료 체계 붕괴로 산모와 태아 모두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겪으며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나일라 쿠레시는 외래 진료를 맡아 매일 150명의 임산부를 만난다. 그는 6일 이후로 6명의 임산부가 그가 있는 병원에서 분만했고 한 명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업무량이 늘었고, 응급상황이라 다른 지역 의사들도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임신만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산부들은 ‘완전한 상실’이라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장 모이누딘 시디키는 의료진이 임산부에게 필요한 약을 지급하기 위해 대피소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홍수는 산모와 영아의 사망률을 틀림없이 증가시킬 것 같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산모 딜샤드 알라와라이(32.여)도 보트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그는 “홍수가 닥칠 때 나는 이미 진통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산모 10만명당 186명 사망…홍수로 사망률 증가 예상

파키스탄은 홍수가 발생하기 전에도 전국에서 10만명 당 186명의 여성이 출산하다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 가족이 살던 신드주에서는 10만명당 298명이 아이를 낳다 숨졌다.

이번 홍수로 보건의료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워 산모 사망률은 이전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인구기금(UNFPA) 파키스탄 대표 대행 바흐티오르 카디로프 박사는 UNFPA가 수만명의 임산부들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UNFPA의 최근 조사 결과 홍수 피해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임산부는 13만 8000명이다. 이중 4만명은 이달 출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UNFPA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구(UNICEF)와 협력해 피해 지역에 이동팀을 보내고 임시 병원을 설립하는 등 이달 출산 예정인 임산부들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특히 합병증이 있어 제왕절개로 분만해야 하는 여성이나 출혈 증상이 있는 여성들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워지거나 장애를 가지게 될 위험이 있다.

카디로프 박사는 “중요한 건 대홍수 전에도 산모 사망률이 높았다는 점”이라고 파키스탄 산모 사망이 고질적인 문제임을 지적했다. 또한 “보건의료 시설에 닥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서 “이는 임산부들의 생명을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