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탈출 피난민들, 임시라도 받아줄 나라는 13국 뿐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2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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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21일(현지시간) 카불에 입성해 새 정부 수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아프간을 탈출한 난민들의 운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임시로나마 아프간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아프간 사람들을 받아 주겠다고 밝힌 나라는 13개국 뿐이며 그 밖의 12개국은 카불에서 탈출한 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잠시 입국- 환승장소를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 미국의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밝혔다.

AFP 통신은 탈레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탈레반 공동 창설자 중 한 명으로 ‘2인자’로 평가받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날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고 보도했다.

바라다르는 2010년 카라치에서 파키스탄군에 붙잡혔다가 2018년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의 요청으로 석방됐다. 그 후 그는 작년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단을 이끌며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2020년 미국과의 평화회담에 나선 적도 있어 탈레반과 아프간정부관리들 사이의 협상에서 중요한 중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미군철수 공식 시한인 31일 이전에는 새 정부 구성에 대한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따라 탈레반정권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외로 도피하려는 아프간 사람들의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카불공항 외곽의 대군중과 혼잡상에 비해 일부 외국행비행기들은 오히려 좌석을 채우지 못한 채 출발하고 있다. 독일군은 21일 카불공항을 떠난 비행기 한대가 겨우 205명의 출국자를 태우고 이륙했으며, 두 번째 비행기는 그 보다 더 적은 단 20명만을 태우고 떠났다고 전용 트위터에서 밝혔다.

이탈리아는 21일 아프간 사람들 211명을 철수시켰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79명의 아프간사람들과 함께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프간남성이 “우리는 모두 지쳐있지만 너무도 기쁘다. 지금은 안전한 나라에 도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들어있었다.

이탈리아는 아프간에서 이탈리아를 위해 일했던 아프간 직원들과 가족들을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기 직전까지 2100명이나 이탈리아로 데려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는 20일 하루에 약 1000명씩 아프간 피난민들을 “안정적으로” 철수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1일 아프간주재 영국해병대 출신 사회활동가 폴 파딩은 현지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고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금은 목숨을 걸지 않고는 카불 공항에 도착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국외 탈출이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미 합참부의장 행크 테일러 중장은 21일 국방부 기자들에게 그 동안 미국이 8월15일 이후 카불에서 대피시킨 인원이 1만7000명, 그 중 2500명 정도가 미국민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 아직 남아있는 미국인이 1만5000명 정도이지만 그 숫자는 확실한게 아니라고 말했다.

20일 아프간에서 미군기와 전세기 편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3800명의 민간인이며 3대의 아프간발 항공기가 워싱턴 D.C. 공항에 추가로 도착했다고 그는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탈출은 더 어려워지고 피난민들은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5년 난민대란으로 위기를 겪었던 유럽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서방측 군대에서 협조했던 아프간인들의 경우 외에는 유럽이 아닌 이웃 다른 나라로 피난시켜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1996년에서 2001년까지 탈레반 치하의 공포정치를 겪었던 아프간 사람들은 이번 탈레반의 “포괄적이고 유화적인” 통합정부 수립계획을 믿지 않으며, 여성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그들의 공언이 이미 틀렸다는 것을 탈레반 병사들의 폭행에서 보고 있다.

카불의 한 여성활동가는 AP기자에게 “오늘 법원에 근무하는 내 동료들을 탈레반이 출근하지 못하게 내쫓았다. 그들은 총기를 겨누면서 과거 정부에 부역했던 자들은 우리 정부에는 부적격자다라고 외쳤다”고 말했다.

터키 비자를 가지고 간신히 카불공항에 도착한 이 여성은 “탈레반의 말과 행동의 차이는 경악할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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