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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중국판 우버’ 美에 상장한 죄… 中 “앱 장터서 삭제하라” 철퇴

입력 2021-07-06 03:00업데이트 2021-07-0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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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출신이 창업한 ‘디디추싱’… 연매출 24조원, 시장 80% 점유
中 “개인정보 수집-활용 위법 심각”… 반독점 아닌 국가안보법 근거 조사
앱 시장서 추방… 신규가입은 못해
“뉴욕증시 상장이 화 불러” 분석… 中, 美상장 3곳 추가규제 나서
알리바바 영업사원 출신으로 2012년 디디추싱을 창업한 청웨이. 사진 출처 바이두
연매출(2020년 기준) 약 24조 원에 이르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 ‘디디추싱’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를 처지에 놓였다.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법 등을 위반한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 회사가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괘씸죄에 걸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 영업사원 출신의 청웨이(程維·38)가 2012년 창업했는데 현재 중국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사이버 보안 감독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4일 “디디추싱 앱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었다”며 “중국 내 모든 앱 장터에서 디디추싱 앱 삭제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2일 당국이 국가안보 문제를 들며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기존 디디추싱 가입자들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로 신규 가입은 불가능해졌다.

중국 매체들은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개인정보 데이터들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국이 반독점법이 아니라 국가안보법과 사이버안보법을 근거로 조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텅쉰왕은 “디디추싱이 보유한 전국의 도로와 국민 이동 데이터가 미국으로 넘어갈 경우 특정인이 주로 어디서 누구와 만나는지 등 민감한 부분까지 추측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디디추싱이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미군 출신을 이사로 앉힌 것도 당국이 곱지 않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추싱이 중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이 시 주석의 분노를 샀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디디추싱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뉴욕 증시에 상장을 했다. 시 주석은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을 괴롭히는 외부세력은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날을 세웠는데 이런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상장 며칠 만에 디디추싱을 향한 규제가 쏟아졌다는 것은 당국이 단순히 데이터 보호 차원에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디디추싱 자체를 겨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디디추싱에 이어 5일 규제 타깃으로 삼은 3개 인터넷 업체들이 모두 최근 미국 증시로 향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이날 “국가안보를 위해 윈만만(運滿滿), 훠처방(貨車幇), BOSS즈핀(直聘)에 대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당국과 가까운 이들이 시기가 좋지 않다고 만류했지만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국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까지 만들었는데 디디추싱이 미국으로 직행해 당국의 눈 밖에 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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