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박해를 피해 망명을 신청했다가 송환될 위기에 처했던 사우디 여성 라하프 무함마드 알 쿠눈(18)이 지난 7일(현지시간) 무사히 태국 방콕 공항을 빠져나갔다. 유엔 측은 망명 신청 검토에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8일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태국 정부가 그를 사우디로 송환하지 않은 데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이 사건을 처리하고 다음 조치를 결정하는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 쿠눈이 자신을 박해했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인 아버지와 오빠는 8일 늦게 여성이 머물렀던 태국 방콕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이들은 알 쿠눈의 보호자 자격으로 7일 태국에 올 예정이었다.
알 쿠눈은 가족들과 함께 쿠웨이트를 여행하던 중 탈출, 태국으로 왔다가 억류됐었다. 태국 당국은 당초 그를 사우디로 송환할 방침이었지만 알 쿠눈이 가족들에게 돌려보내질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호텔 방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했다.
알 쿠눈은 태국에서 호주행 비행기로 갈아타서 호주에서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태국 수완니폼 공항에서 붙잡혀 방콕 환승 공항에 구금됐다. 알 쿠눈은 “나는 호주 비자도 있었고 항공기도 예약해 둔 상태였다”며 “그러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내 여권을 압수한 뒤 공항 보안요원들과 함께 와서 사우디로 돌아가야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아버지의 요청을 받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대사관 관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알 쿠눈은 트위터에 가족들이 자신을 여섯 달 동안 방안에 가두고 머리카락을 잘랐다면서 사우디로 돌아가면 자신이 가족 손에 살해당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알 쿠눈의 사연이 SNS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응원했다. 한 친구는 살해당할까봐 떨었지만 수천 건의 온라인 응원 메시지 덕분에 알 쿠눈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 쿠눈의 이야기가 소셜미디어를 달구면서 태국은 입장을 바꿔 공항을 떠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태국은 유엔난민협약의 서명국이 아니며 망명 신청자들은 일반적으로 추방되거나 제3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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