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北이 원하는 단계별 방식으로 협상틀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9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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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으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생기고 2차 북-미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향후 협상이 북한이 짜놓은 틀대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론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북미 협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각론에서는 ‘북한이 실리를 챙기는 구도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은 정상회담 사이에 추진력을 만들어낼 최소한의 결과만 가져왔다”며 “중요한 건 중국과 북한이 요구했던 단계별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협상틀이 전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반복돼 온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돼 왔고, 그 때마다 북한이 합의를 깨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결과가 반복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일괄타결 방식’을 주장해 왔지만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단계적 주고받기 식’ 접근이 공식화 되면서 협상 틀 자체가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게 차 석좌의 평가다.

차 석좌는 또 “전문가 검증을 통해 영변 핵시설과 동창리 마시일 기지를 해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핵 위협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영변과 동창리’만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사실상 제거하는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기울어진 협상이라는 논리다. 차 석좌는 “(군사옵션까지 거론됐던) 지난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협상의 중간 단계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협상은 트럼프 행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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