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한미연합훈련 재개 가능” vs “北美협상 무너뜨릴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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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훈련 재개’ 시사 놓고 찬반 팽팽
“중국의 대북 압박 의지 점점 약해져, 결국 한국 정부의 민감한 숙제 될 것”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12월로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 합동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주목”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는 가능하다. 훈련 중단은 ‘영구적 중단’을 명문화한 합의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선의의 조치여서 재개할 수 있다.”(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는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합의정신을 깼다는 빌미를 북한에 줄 수 있고 자칫 협상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

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한 목소리로 더 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지만 군사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0일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7명의 한반도 전문가 중에는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군사훈련 재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화 정국 자체를 원점을 되돌릴 수 있다며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훈련을 워게임(war-game)으로 부르며 중단하겠다고 했을 당시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선의로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것인 만큼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도 얼마든지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군사훈련 재개 시사 발언에 대해서도 “협상 전술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에게 경고신호를 준 것은 명백하다”며 “비핵화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압력의 강도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적절하다”며 “우리가 보는 것은 수십 년 간 진행돼 온 한반도에서의 ‘캐치22’”라고 말했다. 캐치22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조지프 헬러의 전쟁 소설로 전쟁을 지휘하는 폭군이 평화와 사랑을 명분으로 내거는 모순을 지적한 소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동을 이런 모순에 빗대 비판한 것이다.

존 햄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국제사회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풀었던 끈을 다시 강하게 조이길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거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도발할 때와 달리 지금은 중국이 대북 압박에 참여할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이 부분은 문재인 정부에게도 민감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12월로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 합동 군사훈련 재개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현재의 교착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형태의 대북압박 수위가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월 중간선거 이후 12월에 예정된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할지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매티스 장관의 (훈련 재개 시사)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는 현상 유지 상황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군사훈련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도록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문재인 대통령이 공유하는 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군사훈련을 재개할 경우 북-미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군사 훈련 재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1항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합의를 위반하는 조치로 북한은 받아들일 것”이라며 “판문점 선언 정신과도 배치돼 자칫 남북관계까지 악화시켜 협상의 레버리지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 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은 한미 양국 외교적 요청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두게 돼 비핵화는 더 어렵게 꼬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훈련 재개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불러올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과 한국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재개하면 김정은은 반드시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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