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 발칵… 트럼프 12시간만에 번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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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선개입 의혹 와중에 “푸틴과 사이버보안대 창설 논의”
“화학무기 놓고 아사드와 협력하는 꼴”… 공화당 의원들도 일제히 성토
각료들 “감시 위한 것” 해명 진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이버보안대’ 창설을 논의했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에 말을 번복했다. 지난해 조직적 해킹을 통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의 사이버 공조계획에 비난이 들끓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와 푸틴은 뚫을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사이버보안대를 조직해 선거 해킹을 비롯한 많은 나쁜 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 12시간 만에 “푸틴과 내가 사이버보안대를 논의했다고 이것이 (앞으로) 현실화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톤을 낮췄다.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버보안대’ 계획에 초당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애덤 시프 하원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러시아는 사이버 보안에 관해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 매우 위험하고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사이버 안보 자문관이었던 R D 에덜먼은 러시아와 협력하게 된다면 더 많은 국가기밀이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마치 화학무기기구를 놓고 (시리아의) 아사드와 협력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나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대통령직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중진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정부의 각료들은 해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리는 러시아를 신뢰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신뢰하지 않는 이들을 가까이 두면 언제든 그들을 감시하고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와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협력해 그들(해커)이 다시는 사이버 안보 (저해)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역풍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을 감쌌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트럼프#g20#사이버보안대#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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