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날세운 메이… ‘대서양 민족동맹’ 금가는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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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슬림 런던시장 공격… 메이 “테러수습 잘하고 있다” 반격
총선 앞두고 트럼프와 거리 두기
메르켈-마크롱 ‘찰떡궁합’과 대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칸 런던시장
칸 런던시장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잘하고 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결국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런던 테러 발생 후 트위터를 통해 칸 시장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그는 4일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테러로 부상당했는데도 런던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고 칸 시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공격했다.

하지만 칸 시장은 인터뷰에서 “무장 경찰과 사복 경찰을 비롯해 경찰력이 증강 배치될 것이다. 그래서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부터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비판해 온 최초의 무슬림 런던시장 칸을 공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말의 앞뒤를 잘라 맥락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칸 시장은 노동당 소속으로 이번 테러 이후 메이 총리를 향해 “내무장관과 총리를 지낸 지난 7년과 향후 4년 계획까지 포함하면 대도시 경찰 예산을 총 17억 파운드나 삭감했다”며 공격해 왔다. 그런 칸이 달갑지만은 않은 메이 총리지만 테러 이후 수습에 애쓰고 있는 자국 시장을 교묘하게 공격하는 트럼프를 옹호할 수는 없었다.

8일 총선을 앞두고 메이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큰 골칫거리다. “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꺼리느냐”는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한 직후 “그의 협약 탈퇴를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 나머지 국가들이 제안한 “기후변화협약 재협상은 없다”는 공동성명에는 빠졌다. 이 때문에 선거를 코앞에 두고 언론 인터뷰 때마다 비판적인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군을 창설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유럽이 뭉쳐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 방문 때 집단방위조약인 나토 자동조약 5조도 언급하지 않아 영국만 뻘쭘해졌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를 국빈 방문으로 초대했지만 1800만 명의 영국 국민이 서명을 할 정도로 반대가 거세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택한 영국과 ‘미국 우선주의’를 선택한 미국은 전 세계의 글로벌 자유무역에 맞서 앵글로색슨 대서양 동맹을 꾸려 왔다.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만난 해외 정상이 메이 총리일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메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를 애칭으로 로니와 매기로 불렀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처럼 친하게 지내자”고까지 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와 메이는 친하지도 않고 정치적으로도 위기다.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도중 전격 경질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8일 청문회에 나서면서 그의 입에 따라 탄핵이 현실화될 수 있고, 같은 날 총선을 치르는 메이 총리는 시간이 갈수록 노동당에 추격당하는 형국이다. 최근 ‘대서양 동맹’의 위기는 반대 진영에 있는 ‘유럽 동맹’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라는 지적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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