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 부시-도널드 클린턴-오바마 3기’… 트럼프, 새 별명 쏟아지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리아공습-稅감면 부시 연상시켜… “외교-경제 정책 전통노선 진입”
“정책 정체성 잃어 혼란”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주의 성향이 강한 조지 W 부시다.”

뉴욕매거진의 조너선 체이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하고 최근 시리아를 폭격하기도 한 트럼프를 14일 이같이 정의하며 “외교와 경제 정책에 있어서 부시와의 이념적 거리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부시에 비해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고자 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부자들과 로비스트들의 뜻을 반영하는 평범한 (공화당) 당료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체이트는 금융시장 규제 완화, 세금 감면 정책, 그리고 ‘세계의 경찰’ 역할을 연상시키는 시리아 폭격 등은 트럼프가 부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인상을 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경선 라이벌이었던 부시의 동생 젭은 트위터에 “시리아 공격에 있어서 트럼프의 판단은 모두 옳았다”고 적는 등 적극적으로 트럼프 정책에 찬성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트럼프가 최근 새로 얻은 별명은 ‘인종주의 성향이 강한 부시’뿐만이 아니다. 선거 기간 트레이드마크였던 고립주의 외교 및 보호주의 무역 구호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자 미 언론들은 트럼프를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등 최근 정계에서 물러난 거물급 ‘워싱턴 내부자들’에도 비유하기 시작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 트럼프를 아예 ‘도널드 로댐 클린턴’이라고 불렀다.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규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더 이상 무용지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트럼프가 ‘클린턴스럽다’는 설명이다.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가족을 중용하는 모습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를 크게 신뢰했던 힐러리의 모습과 겹친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앨런 비티는 트럼프가 후보 시절 “정치적이다”라고 비난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최근 “재선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며 “버락 오바마 3기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부시, 오바마, 그리고 클린턴과 동시에 비교된 트럼프에 대해 미 월간 애틀랜틱은 “트럼프가 실력 있는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하고 경제 정책에 대한 기초를 배우기 시작했기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동맹국 중시와 보호무역에 대한 신중한 자세 등 미국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취해야 하는 기본 태도를 보이면서 정상 범주에 들어온 인상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틀랜틱은 이 같은 노선 변경은 오히려 트럼프가 누구인지에 대해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며 “트럼프가 진정으로 누구인지는 알기가 불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시리아#부시#인종주의#미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