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 대한 신뢰, 민주주의 보다 독재국가가 더 높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22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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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emerging market) 국가에서는 독재자가 민주적인 지도자 보다 국민들의 신뢰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재 국가의 공공부문 청렴성 정도가 민주적인 국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세계 138개국의 △정치인 신뢰도 △언론자유도 △민주주의 수준 등을 분석한 결과 중동 산유국과 아프리카 독재국가 등에서 정치인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16일 보도했다. 민주주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에선 정치인 신뢰도가 매우 낮았다.

정치인 신뢰도는 싱가포르(1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위), 카타르(6위) 등 권위적인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들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의 민주주의 수준은 낮다. 싱가포르는 언론자유도에서 '부분적 자유국가(중)'로, UAE와 카타르는 '자유롭지 않은 국가(하)'로 분류됐다. 민주주의 지수도 중간 값(0) 보다 낮았다.

싱가포르에선 지난해 숨진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 등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에 대한 신망이 높다. 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은 여전히 민주주의와는 동 떨어진 절대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복지정책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공공분야의 투명성 정도가 높아 정치인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8위), UAE(23위), 카타르(22위)의 투명성 지수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은 37위다.

반면 브라질(138위), 아르헨티나(129위), 파라과이(137위), 짐바브웨(134위) 등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들에선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낮았다. 페루(123위), 루마니아(120위) ) 등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로 평가받았으나 정치인 신뢰도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해 브라질의 투명성 지수 순위는 76위, 아르헨티나는 107위였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유일하게 민주화 혁명에 성공한 튀니지도 정치인 신뢰도가 혁명 이전 15위에서 혁명 이후 63위로 급락했다. 튀니지의 투명성 지수 순위는 2010년 59위에서 지난해 76위로 떨어졌다.

신흥시장 전문 투자은행인 르네상스캐피털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찰스 로버트슨은 "가난한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치 지도자들이 권력을 잡은 짧은 기간 동안 현금을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청렴도가 낮아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는 것이다. 반면 오랜 기간 이어진 독재국가에선 정치인들이 강력한 사회 통제를 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청렴도가 높고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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