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권력’ 美 싱크탱크, 기업 로비단체로 변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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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기부금 받고 정계에 영향력… NYT “브루킹스硏 은밀한 거래”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보수 색깔의 헤리티지재단 등 미국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는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권력으로 불린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전직 정부 고위 인사 등 우수 두뇌가 몰려 있어 ‘학생 없는 대학’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민주 공화 양당의 집권 초반 인재풀 역할도 해 왔다.

NYT는 7일 보스턴대 뉴잉글랜드탐사보도센터와 함께 취재한 심층 기획기사를 통해 “브루킹스연구소 같은 대형 싱크탱크들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그 기업을 위해 워싱턴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타락했다”고 고발했다. NYT는 브루킹스연구소와 주요 기업 간 e메일과 프로젝트 수주 관련 내부 메모 등 수천 쪽 분량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립적인 연구기관인지, 기업의 로비스트인지 모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브루킹스연구소와 주택건설업체 레나의 은밀한 거래를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2010년 레나는 80억 달러(약 8조8800억 원) 규모의 샌프란시스코 시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든든한 후원자를 만났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카츠 부회장이 “그 프로젝트는 레나와 브루킹스연구소 모두에 혜택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레나는 총 40만 달러(약 4억4400만 원)의 기부금을 보냈고, 브루킹스는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보고서와 대대적인 언론 홍보로 화답했다. NYT는 “브루킹스는 보고서 초안을 레나에 보내 의견을 받고 레나의 개발프로젝트 담당 임원을 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작성된 보고서가 독립적인 연구결과인 것처럼 유통됐다”고 비판했다.

브루킹스는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투자회사 KKR, 일본 회사 히타치 등과도 비슷한 거래를 했다. 이 중 일부는 순수한 목적의 기부인 것처럼 위장되기도 했다. NYT는 “브루킹스의 일부 보고서들은 잠재적인 기업 고객들과 상의해 결론을 구성했을 정도”라며 “다른 싱크탱크들의 실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브루킹스는 진보 성향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조언하는 등 집권 민주당과 아주 가까운 사이다.

이외에도 국제관계 전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운송업체인 페덱스를 위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군사용 무인기(드론) 제조기업들의 이해가 그대로 반영된 ‘보고서 로비’를 했다.

싱크탱크들이 대기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수익은 급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최근 연간 예산은 1억 달러(약 1110억 원)로 10년 전의 2배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워싱턴에 약 8000만 달러(약 888억 원)짜리 새 본부를 짓고 있고, CSIS는 1억 달러(약 1110억 원)짜리 오피스타워를 건설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비공식적 문서나 초안 내용을 문맥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해석한 보도”라고 반박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싱크탱크#로비#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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