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강도 구조조정… 조선업 되살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총선 이후! 이제는 경제다]
아베노믹스 통해 산업재편 속도감 있게 추진

지난달 말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은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그룹이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3위라고 발표했다. 1위와 2위는 한국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었지만, 삼성중공업은 한 계단 밀려난 4위였다. 한국 조선 ‘빅3’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수주시장의 70%를 장악했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30%대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일본 업체들로부터도 거센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

일본은 1956년 세계 1위 조선국으로 올라선 뒤 1980년대까지 독보적인 조선 강국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쇠퇴의 길을 걸었다. 고임금과 비효율적인 생산체계로 경쟁력을 잃은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업체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중국이 장악한 ‘범용 선박’ 시장이 아닌 고부가가치 ‘특수 선박’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의 부활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흔히 ‘세 개의 화살’로 비유되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새로운 성장전략’의 핵심은 규제개혁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기존에 일본 정부는 1999년 산업활력재생법을 만들어 사업재편에 대해 세제 감면 및 금융 지원 등을 해왔다. 아베 총리 집권 후인 2012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개정되면서 ‘사업재편지원제도’의 적용 대상과 지원 내용이 확대됐다. 반면 한국은 올 2월에야 우여곡절 끝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본은 조선업 이외에도 석유화학, 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10여 개 업체가 난립하는 과당경쟁 구도를 3, 4개 업체가 과점하는 체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일본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산업분야는 철강이다. 올 2월 일본 1위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은 1조여 원의 자금을 들여 4위 닛신제강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일본 철강업은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고베제강소의 3사 체제로 재편됐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은 모두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겹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 일본팀장은 “아베노믹스의 세 화살 중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과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은 실패로 기울고 있지만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은 한국이 벤치마킹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구조조정#조선업#아베노믹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