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에이즈 퇴치’ 한국도 적극 동참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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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12월 1일 오늘은 세계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날이다. 이 병에 대해 처음으로 들었을 때 필자는 의대 2학년이었다. 수개월 후 처음으로 에이즈 환자를 만났다. 필자는 미국 아프리카 태국 러시아 인도 등 전 세계에서 에이즈 감염자들을 보았다. 에이즈 폐렴 합병증 환자를 위한 산소호흡기 사용 협의, AZT라는 에이즈 약을 처방받은 필자의 첫 환자, 미국 도시 빈민 에이즈 창궐의 중심지인 볼티모어에서 내가 근무했던 병원과 환자들, 미국 대통령의 에이즈 구호 긴급 프로그램의 발표와 그 결과 뼈만 앙상한 엄마와 아빠가 건강해지는 모습…. 이어서 ‘사망 선고’였던 에이즈가 평생 약물치료로 대체되는 상황 등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치명적인 에이즈에 대한 과학의 승리는 “이것은 끝이 아니고, 끝의 시작도 안 되며, 아마도 이것은 시작의 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에 비유할 수 있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구상에서 에이즈만큼 파괴적인 전쟁은 없다”고 했다. 34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3600만 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있는 지금, 우리는 매우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약으로 에이즈가 ‘만성질환’이 되었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약 1000명의 에이즈 환자가 새로 발생하여 현재 감염자는 1만여 명에 이른다. 에이즈 감염자의 평생 치료비용은 개인당 4억 원 정도로 추산되며, 한국에서 에이즈 감염자의 평생 치료비는 총 수조 원에 이르게 된다. 아마도 사회의 ‘주변인’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주로 감염시키는 에이즈의 낙인은 사람들이 이 질병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도록 할 것이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은 에이즈 완치약, 예방약과 치료제 등의 연구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완치약과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여러 큰 협력조직들, 아프리카의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수십억 달러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다른 사람들과 다름을 선택한 이들을 괴롭히는 역병에 대한 한 국가의 대응이다. 하지만 한 나라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여기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또 하나의 감염 질병이 창궐할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장기이식 관련 면역학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피터 메더워 경은 “어떤 시대라도 중요한 발견을 하고자 하는 과학자는 중요한 문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세대의 가장 중대한 감염 질환인 에이즈의 문제는 에이즈 예방 백신과 완치약을 찾고 있는 유럽 북미 일본 중국의 과학자들 대열에 한국 과학자들도 동참하도록 지원하기에 충분한 과제가 아닐까? 한국과 세계는 절반쯤의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에이즈를 치료하고 완치하기 위한 연구와 백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제롬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의사
#에이즈#세계에이즈의날#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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