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일제 만행의 현장”… 中, 외신기자들 불러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中외교부 행사에 6개국 38명 참가
고문기구 등 보여주며 日반성 촉구… 日기자 “일부 사실 동의 못해” 반발

日관동군이 쓰던 ‘대못 고문기구’ 16일 중국 랴오닝 성 선양의 9·18역사박물관에서 중국 외교부 통역요원이 외신기자들에게 일본 관동군이 쓰던 고문기구를 설명하고 있다. 일본군은 철제 원통 안에 수백 개의 못을 박아 놓은 이 기구에 중국인을 넣은 뒤 천천히 돌려 고통 속에 죽게 했다. 선양=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日관동군이 쓰던 ‘대못 고문기구’ 16일 중국 랴오닝 성 선양의 9·18역사박물관에서 중국 외교부 통역요원이 외신기자들에게 일본 관동군이 쓰던 고문기구를 설명하고 있다. 일본군은 철제 원통 안에 수백 개의 못을 박아 놓은 이 기구에 중국인을 넣은 뒤 천천히 돌려 고통 속에 죽게 했다. 선양=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일본 관동군은 1931년 만주철도를 고의로 폭파한 뒤 이를 중국의 소행이라고 조작해 본격적인 대륙 침탈에 나섰다.”(중국 외교부 통역요원)

“우리가 중국을 침략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일본 기자)

중국 외교부가 16일 이틀 일정으로 자국 주재 외신기자들을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으로 초청해 일제의 과거 만행을 공개하고 역사 문제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외교력을 총동원해 일본 때리기에 나선 중국이 국제 여론전에도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일제 만행의 증거를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일본 영국 스페인 싱가포르 인도 등 6개국 20개 매체에서 모두 38명이 참가했다. 특히 한국(16명)과 일본(15명)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첫날 견학 장소는 9·18역사박물관과 연합군전쟁포로수용소였다.

9·18역사박물관은 일제의 중국 침탈 계기가 된 만주사변(1931년 9월 18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1991년에 세운 곳으로 80여만 건의 각종 물품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안내원은 만주사변 당시 일본군이 사용했던 고문기구도 소개했다. 철제 원통 안쪽에 수백 개의 날카로운 못이 박혀 있어 그 안에 사람을 넣고 천천히 돌리면 고통스럽게 숨지게 된다. 왕젠쉐(王建學) 랴오닝 성 9·18전쟁연구회 회장은 “세계인들은 중국에서 발생한 전쟁의 진실을 잘 모른다. 진정한 역사를 알아야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군포로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군과 영국군 등 포로 2000여 명을 수용했던 곳이다. 일제 세균전 부대인 관동군 731부대가 이곳 미군 포로들에게 세균주사를 놓아 최소 30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외신기자들에게 포로수용소를 보여준 것은 일제가 연합군에도 만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부각시켜 일본과의 역사 논쟁에서 서방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기자들은 목소리를 낮춘 채 조용히 일정을 소화했다. 한 일본 기자는 동아일보와 만나 “박물관이나 포로수용소에서 나온 중국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배운 내용과는 다르다. 중국이 글로벌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다른 일본 기자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이후 아시아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일본을 비난하고 있어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고립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중국 측이 행사를 꼼꼼히 준비했지만 국제 여론전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인도 일간지 더 힌두의 한 기자는 “중-일 갈등의 배경이 궁금해서 일정에 참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 문제에서 어느 한 편에 설 수는 없는 것 같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선양=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일제 만행#중국#외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