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투자받던 美, 이젠 연방정부가 발벗고 나서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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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서 처음으로 투자설명회 개최

미국에 대한 각국의 투자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놀란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누리며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앉아서 지켜만 보던 미 정부가 이제 발 벗고 나서 뛸 정도로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미 상무부는 31일과 다음 달 1일 워싱턴에서 60여 개국 투자 관계자들과 미국의 47개 주 투자 유치 관련 기관인사 등 모두 1000여 명이 참석하는 ‘실렉트USA 2013 인베스트서밋’을 연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개막 연설을 하고 제이컵 루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마이크 프로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총출동한다. 상무부는 “이런 형태의 해외 투자자 콘퍼런스는 처음이며 투자를 갈망하는 미국 각 지역과 해외 투자자를 연결시켜 줄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주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서기는 했으나 연방정부까지 나선 것은 해외 투자 감소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2000년 미국은 전 세계 외국인 투자 유입액의 3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7%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외국자본 투자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1660억 달러(약 1761조 원)로 중국(2534억 달러)에 처음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의 자리를 넘겨줬다.

올 들어 국가부도를 담보로 한 미 정치권의 국가부채증액협상이 난항을 겪고 정부 잠정폐쇄(셧다운)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미 정치권의 리더십의 부재를 바라본 해외 투자자들은 더욱 냉랭해졌다. 올 상반기 미국의 FDI 유치 규모는 66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40억 달러)보다 20% 넘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FDI가 급감하는 원인으로 높은 법인세율(35%)과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는 인프라 시설, 교육 환경을 들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성장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미 정치권의 마비 현상과 미약한 경제회복 기조를 이번 행사를 통해 적극 변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 연방 하원은 최근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 개선 및 관료적인 행태를 뿌리 뽑는 방안 마련을 상무부에 명령하는 법안을 379 대 23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상무부는 내년 5월까지 그 결과를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현재 25%로 제한된 미디어기업의 해외 투자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다음 주부터 하는 등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행보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번 해외 투자 설명회의 가장 큰 타깃은 중국과 중동 지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 정부는 투자설명회에 앞서 지난주 중국과의 투자 확대를 위해 4일간 10차 양자투자협정(BIT) 회담을 가졌다. ZTE 등 일부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와 자본투자를 시도했으나 미 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막아왔다. 이번 투자설명회를 계기로 이런 태도에 변화가 나타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투자#연방정부#투자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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