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기수출 마지막 족쇄 푸는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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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안전보장전략 초안 발표
공산권-분쟁국가 기술 유출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 46년만에 폐기 방침
안보위협 요인에 중국-북한 명시

일본 정부가 무기 수출을 못하도록 한 현행 ‘무기수출 3원칙’의 개정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동아시아 군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는 21일 국가안전보장전략(NSS) 원칙을 발표하며 무기수출 3원칙의 개정 필요성을 명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NSS 원칙을 정부 초안으로 발표했다.

일본은 1967년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에 대한 무기기술 제공(1983년), 예외 적용 대상국 대폭 확대(2011년) 등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가 꾸준히 만들어졌지만 드러내놓고 3원칙을 개정하지는 않았다. 실질적으로도 무기를 수출한 일도 없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22일 기자들에게 “무기수출 3원칙 개정 방침을 (10개년 방위계획인) 신(新)방위대강에도 제대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 때 공산권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무기수출 3원칙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방위산업에 진출할 수 있고 수출 걸림돌도 사라진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기수출 3원칙이 사라지면 일본의 무기 관련 소재, 부품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 길이 열린다”며 “이는 곧 일본과 중국의 방위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NSS에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이념 아래 해양 및 우주에 대한 위협,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확산 등이 안보 과제로 명시됐다. 일본이 육해공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도 군사력을 개입할 여지를 만든 것이다.

일본이 군사력 강화의 배경으로 내세운 것은 중국과 북한이었다. NSS는 ‘중국 영향력 증대’와 ‘북한 군사력 증강과 도발행위’에 대한 우려를 명시함으로써 각종 군사력 강화를 합리화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NSS에 명시적으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비롯한 국민적 반발이 높아 이를 의식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NSS의 기본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와 그 기둥 중 하나인 미일동맹 강화 원칙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언제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론화할 여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2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권리를 갖는 것과 행사할 수 있는 것, (실제로) 행사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를 담보할 법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의지를 꺾지 않았다.

NSS는 10년 이후를 상정한 일본 외교 및 안보전략의 큰 뼈대로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다. 일본의 안보 관련 지침과 이념의 최상위에 있기 때문에 향후 안보정책은 NSS를 기초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NSS 초안을 여당 등과 협의해 12월 각료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달 10일 출범한 이 간담회가 4차례 회의 만에 NSS 초안을 확정한 것을 두고 아베 총리의 ‘정책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21일 “각종 간담회, 전문가회의 등은 법적 근거가 없고 위원도 총리가 자의적으로 선임하기 때문에 특정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 변경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총리 산하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예로 들며 “위원 14명 전원이 강연회나 논문 등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무기수출#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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