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장엔진 선진국으로 U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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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성장 주춤… 美-日 이어 EU는 회복 기지개
유로존 2분기 예상 넘어 0.3% 성장… 18개월만에 마이너스 성장 탈출
“선진국 기여도, 신흥국 추월” 분석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가까이 굳건했던 세계 경제의 역학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 이후 침체를 메워줬던 신흥 경제권이 올해 들어 비틀거리는 사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을 다시 낚아챌 기세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수년간 ‘골칫덩이’로 전락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마저 18개월 만에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은 14일 유로존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0.2%)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상승세로 반전했다. 2011년 4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유로존이 출범한 1999년 이후 최장 기간이었으며 여기서 탈출한 것이다.

경제 분석가들은 이번 지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유럽의 침체가 서서히 출구를 향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닐 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인 명제는 신흥국들이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었지만 지금 변하고 있다. 현재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국가들은 선진경제권”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흥경제권을 대표했던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최근 몇 년간 보여주었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중국의 성장률은 1분기 7.7%에서 2분기 7.5%로 소폭 하락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가 부동산 거품과 금융시장의 불투명성 등 때문에 예전 같은 부양책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의 과잉 투자가 줄어들면서 7년간 6% 이하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숨고르기는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로 최근 호황을 누려온 브라질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2011년 7.6% 성장했던 브라질 경제가 올해는 2.3%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우리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세계를 거지로 만든다”며 경제 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인 결과 일본은 올해 들어 2∼3%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카드를 빼들어야 할 정도로 꾸준한 경기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가 8월 초 현재 200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신흥국을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에서 선진국의 기여 비율은 60%에 이른다.

하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미국 출구전략의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고 이탈리아 등 남유럽의 경기 부진과 높은 실업률이 발목을 잡고 있는 유럽 경제의 뚜렷한 회복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제 월가에서는 9월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하고 대비하고 있지만 자칫 미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더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에 불안해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세계 경제#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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