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표단 군용기 타고 첫 방중…“한중 군사신뢰 진전 상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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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국 군사분야 전략적 협력 관계 구축

“중국과 전통적 혈맹(血盟) 관계를 강조해 온 북한이 적잖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정승조 합참의장과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총참모장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한중 군사회담의 의미를 한국군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북한으로선 한중이 양국 간 전략적 군사 협력 강화를 발표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경제 사회 문화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지만 정치와 외교 분야의 발전은 유독 더뎠다. 이를 두고 ‘정랭경열(政冷經熱·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겁다)’는 말도 생겼다.

특히 국가적 신뢰 구축의 핵심인 군사 분야는 더욱 차가웠다. 중국 군부로선 6·25전쟁에서 함께 피 흘린 동맹국인 북한 군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친북 여론을 주도해 온 인사들 중에 군부 인사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한중 양국이 발표한 군사 협력 강화 방안에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대목은 거의 없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북-중 간 혈맹 의식이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중 군사 협력의 수위와 빈도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북한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합참 관계자는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된 한중 관계를 군사 차원에서도 뒷받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한중 군사 관계가 포괄적인 차원에서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하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로 북한 군부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방중한 지 2주도 안 돼 이번에 한중 군 당국이 전략적 협력 강화를 발표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비핵화를 강조했음에도 최룡해가 이에 직접적으로 호응하지 않아 중국이 불만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군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하고 한중 군사 교류 강화에 합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4일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방중했을 때 중국 측으로부터 ‘미지근한 접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 특사단에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의 중단을 촉구했으나 북한 측은 이 요청을 진지하게 숙고하는 기색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중국 군부 내의 친북 분위기가 점차 약화되고 한국과의 군사 신뢰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조짐은 이번 군사회담의 안팎에서 감지됐다.

중국은 정 의장 등 한국 군사대표단이 ‘C-130 군 수송기를 타고 방중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한국군 수송기는 2002년 이후 다섯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군 최고위급 인사들을 태우고 중국 영공을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 관계자는 “군 고위 인사가 군용기를 타고 타국을 방문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라며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신뢰 관계를 부각하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 일각에선 한중 군사 교류 협력이 너무 급속도로 진행되면 한미 동맹 관계나 한미일 3국 공조 관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이 중국과 군사 관계를 확대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며 “한중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강화될수록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내 평화 안정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베이징=이헌진 특파원 ysh1005@donga.com
#군용기#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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