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한국 싱크탱크… 세계 50위권내 ‘0’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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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싱크탱크 보고서

각종 공공 이슈를 조사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싱크탱크의 양과 질 측면에서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은 많이 벌지만 미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은 아직 태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산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22일 발간한 ‘2012 세계 싱크탱크 보고서’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환율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구매력평가 기준)은 13위였지만 GDP 1000억 달러당 싱크탱크 수는 2.4개에 불과해 18위를 기록했다. 각각 19위와 20위를 차지한 인도네시아(2.0개)와 사우디아라비아(0.6개)보다는 많았지만 16위와 17위를 차지한 터키(2.8개), 일본(2.5개)보다 적었다.

같은 기준으로 싱크탱크가 많은 나라는 아르헨티나(23.0개) 남아프리카공화국(16.4개) 영국(13.3개) 미국(12.4개) 유럽연합(9.8개) 순이었다. 단순 싱크탱크 수에서도 한국은 35개로 아시아 경쟁 국가인 중국(429개) 인도(269개) 일본(108개) 대만(52개)에 크게 뒤졌다. 미국이 1823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싱크탱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429개) 인도(269개) 영국(288개) 독일(194개) 프랑스(177개) 아르헨티나(137개) 러시아(122개) 일본 이탈리아(107개)가 10위권을 형성했다.

개별 연구소 평가 분야에서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에 이어 가장 좋은 점수를 얻어 ‘올해의 싱크탱크’로 선정됐다. 영국 채텀하우스와 미국 카네기재단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국 외교협회(CFR), 영국 국제앰네스티(AI), 벨기에 브뤼겔, 미국 랜드연구소,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의 싱크탱크 가운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55위) 한국개발연구원(KDI·57위) 동아시아연구원(EAI·65위)이 100위권에 들었다. 50위권에는 한 곳도 진입하지 못했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AA)가 16위, 중국사회과학원(CASS)이 17위에 오르는 등 일본과 중국은 50위권에 각각 2개와 3개의 우수한 싱크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언론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세계 182개 국가 6603개의 싱크탱크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뒤 △얼마나 좋은 연구자들을 많이 영입해 활용하고 △연구 성과를 언론 등이 얼마나 많이 활용하며 △얼마나 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연구 성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평가해 순위를 정했다.

1위를 차지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연구원만 100명이 넘는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연구소로 보수진영의 헤리티지재단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1927년 세인트루이스의 기업가 로버트 브루킹스의 이름을 따 설립됐으며 뉴딜 정책과 유엔 설립, 마셜 플랜, 주요 20개국(G20) 등 수많은 미국의 국가 정책 아이디어를 생산했다.

1989년 출범한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은 전 세계 싱크탱크에 대한 비교 분석 평가 작업을 벌여 왔다. 랭킹 작업을 한 것은 6년째. 보고서는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싱크탱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라며 “경기 침체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인터넷 미디어 등 다른 매체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한국의 싱크탱크는 왜 부진한가… 청와대 중심 폐쇄적 정책 논의 탓 ▼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풍토가 조성되고 선진국처럼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아닌 뜻있는 개인의 후원을 받는 싱크탱크가 많아야 전체 싱크탱크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남대 김보영 교수(지역 및 복지행정학과)는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정책 논의 구조가 폐쇄적이어서 싱크탱크가 발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적 논의 구조’란 정책이 필요할 때 정부 관계자들이 연구 과제를 주로 국책연구기관에 맡긴 후 이를 바탕으로 입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책 마련에 참여하는 싱크탱크가 발달하려면 선진국처럼 국책 연구기관뿐 아니라 정당과 시민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싱크탱크의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사회학과)는 “정책 결정이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져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그들의 정책을 갖고 목소리를 내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싱크탱크들이 대부분 정부와 기업 주도로 만들어진 점도 경쟁력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적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는 “외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싱크탱크, 재정 자립을 이뤄 연구 독립성을 확보한 싱크탱크가 자라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한국#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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