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파 케리, 美 이란정책 바꿀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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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새 국무장관 지명
협력 강조…일방주의 외교 반대, 北미사일엔 강경… 비판성명 내
클린턴 장관보다 역할 커질듯

2004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상원 외교위원장 등 화려한 경력을 지닌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이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케리는 최근 30여 년간 상원의원과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탁월한 활동을 펼치며 미국 외교정책에서 중심 역할을 해 왔다”며 “준비된 국무장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케리는 미국의 힘을 현명하게 써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가진 인물”이라며 “수단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외교 문제에서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개인적인 친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올해 69세인 케리는 1985년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된 5선 의원으로 계속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해 왔으며 2009년 이후 외교위원장직을 맡아 왔다. 초선 상원의원 시절부터 이란-콘트라 청문회를 주도하며 주목을 받아 온 그는 미국이 각종 외교 분쟁에 휩싸일 때마다 특사로 급파돼 협상을 이끌어 내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오사마 빈라덴 사살 후 파키스탄과의 악화된 외교관계를 풀기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했으며 2009년에는 시리아를 찾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외교 정상화 협상을 벌였다. 베트남전 전우이기도 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국무장관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는 케리를 가리켜 “미스터 국무장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1966∼1970년 해군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지만 퇴역 직후 곧바로 반전 운동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최대 32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원의원으로, 1995년 미국 거대 식료품 기업 하인즈의 상속녀인 테리사 하인즈와 재혼했다.

케리는 30여 년 의정생활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맞먹는 폭넓은 외교적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과 외교관계가 순탄치 못한 동맹국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친분도 탄탄하다.

전문가들은 케리가 국무장관이 되면 이란 시리아 등 적성국과의 대결 일변도에서 탈피해 대화와 포용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유화론자인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이 국방장관으로 기용되면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를 강력히 비판해 온 그는 국제사회 협력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미국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도 지켜 왔다.

2004년 대선 출마 때 6자회담은 물론이고 양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협상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에도 북한 핵 문제와 인도적 식량 지원은 별개의 문제라는 견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상원 외교위원장 명의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케리는 상원의 동료 의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상원 인준 통과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외교가에서는 케리가 클린턴 장관보다 더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의 외교정책에 충실한 클린턴 장관과는 달리 케리는 자신의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지 않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케리의 최우선 관심 지역으로 아시아, 이란, 시리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5개 지역을 꼽았다. 아시아의 경우 케리는 그동안 중국의 부상에 별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았고, 중국은 백악관이 직접 챙긴다는 점에서 케리의 주요 임무는 한국 등 중국 이외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가 될 것이라고 레슬리 겔브 미 외교협회(CFR) 명예이사장은 분석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케리#이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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