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기업도시 유일한 투자자 중국측 철수… 사업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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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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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나 끌더니 결국…” 허탈한 무안

2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서 4km 정도 떨어진 신학리 병곡마을. 92가구 주민 198명이 사는 이 마을은 중국인 투자자들이 무안 기업도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소식에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마을 주민들은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곽철구 이장(52)은 “7년 전 무안 기업도시가 확정될 때는 정말 축제 분위기였다”며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제대로 굴러갈까 싶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망연자실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자 유치 활성화와 국토 균형발전 명목으로 출발한 기업도시 사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사업을 접은 무주에 이어 무안 기업도시마저 중국인 투자자의 철수 결정으로 무산 위기에 놓였다. 다른 기업도시들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중국 측 무안 기업도시에서 철수


무안 기업도시 개발 사업을 주도해 온 특수목적법인(SPC) 한중미래도시개발은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법인 해산 및 청산을 결정하고 남은 출자금도 회수하기로 했다. 무안 기업도시는 항공기 정비(MRO) 업종을 중심으로 항공산업 특화단지와 주거산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실상 유일한 투자사였던 중국 측이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무안 기업도시 사업은 무산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무안 기업도시 개발 대상지는 모두 4개 마을. 개발 계획이 발표될 당시 땅값은 3.3m²(약 1평)당 최고 15만 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7만 원대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당시 외지인들이 땅을 사기 위해 많이 찾았으나 최근에는 땅을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안군은 중국 투자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사업이 추진동력을 잃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안수 무안군 기업도시건설지원단장은 “청산인 선임 등은 별도 이사회를 개최해 논의하기로 하는 등 2, 3개월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국내 지분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과 빨리 협상을 마무리해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기업도시 사업 제자리걸음


다른 기업도시 사업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도시는 2003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의 도요타 시(市)나 핀란드의 오울루 시와 같은 기업 특화 도시를 건설하자는 제안으로 공론화됐다. 이듬해 정부가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가 균형발전이 최우선 사업목표로 추가됐다. 그리고 2005년 원주 충주 무안 태안 무주 영암·해남 등 6곳이 시범지역으로 낙점됐다.

하지만 충주 기업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업진척 상황이 더디다. 2007년 착수된 전국 10개 혁신도시사업이 지난해 말 현재 용지 조성 공정 80%를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속도가 빠른 곳은 충주다. 현재 용지 조성 공사가 93% 정도 진행됐고, 분양 면적의 51.5%가 판매됐다. 올해 6월에는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주 기업도시도 2008년 실시계획 승인 직후 착공이 이뤄졌지만 공사진행률은 20.2%, 분양률은 7.6%에 불과하다. 그나마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 확정과 제2영동고속도로 등 연계 교통망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태안 기업도시는 사업진행률이 12.5%에 머물러 있다. 보상비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해 온 전남 영암·해남 기업도시는 일부 사업지의 수익성 점검 과정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기업도시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투자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세종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전국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 것도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사업을 서두르기보다는 지역 특색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기업도시라면 울산의 현대, 수원의 삼성처럼 도시에 특화된 기업이 들어가야 하고 기업이 들어갈 만한 투자 요인도 정부가 제공해 줘야 한다”며 “성장 가능성도 담보해 주지 않고 무조건 투자하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투자할 기업은 국내나 외국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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