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의 제왕, 금융위기에 무릎꿇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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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

51차례 신임투표서 기사회생… 예산안 과반확보 못해 낙마

불사조도 금융위기의 파고는 넘지 못했다. 2008년 3번째로 총리에 오른 뒤 각종 섹스스캔들과 부패 연루 혐의 재판 속에서도 51차례의 신임투표에서 오뚝이처럼 살아났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75)가 결국 낙마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 과반수인 322명의 의원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기권한 가운데 진행된 2010년 예산지출안 표결이 308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뒤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TV 연설에서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긴축 개혁법안이 통과되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이르는 부채와 저성장 일변도의 무기력한 경제에 대한 불신이 불러온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 정권 몰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나 구조조정 등 경제 성장 정책 대신에 연금개혁을 중단하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임금을 올리는 등 복지 지출만 늘린 결과가 오늘날 이탈리아의 위기를 불렀다고 분석한다.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와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연거푸 쓰러뜨린 포퓰리즘 체제의 몰락 도미노는 올 2월 고도성장으로 1인당 GDP가 6만 달러가 넘어 ‘유럽의 빛나는 별’로 불리던 아일랜드에서부터 시작돼 유럽을 휩쓸고 있다. 과도한 부동산 산업과 은행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일랜드의 브라이언 카우언 정권은 올 2월 총선에서 대패했다. 올해 5월에는 구제금융을 요청한 포르투갈의 조제 소크라트스 사회당 정권이 한 달 후 총선에서 지고 퇴진했다.

한편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차기 내각 구성을 위해 9일 각 정당과 협의에 들어갔다. 연정 내 핵심 지지그룹이던 북부동맹과 제1야당 민주당의 총리 사퇴 요구가 관철됨에 따라 정부의 긴축정책안은 18일 무난히 의회를 통과하고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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