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세계경제 소방수’ 버냉키, 물가 희생하고 달러 풀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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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양적완화 여부 주목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글로벌 증시의 패닉을 잠재울 소방수 역할을 해낼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9, 10일 열리는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관한다. 이 회의에서 그가 내놓을 카드에서 미국이 위기에서 탈출할 희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는 경기 부양책은 고사하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할 판이어서 쓸 카드가 사실상 전무하다.

버냉키 의장이 빼들 수 있는 카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제로금리 상태로 계속 이어가는 것과 제3차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제로금리를 연장하는 정도로는 현 상황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다.

연방은행이 주택담보채권과 국채를 사주면서 시중에 자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는 양적완화 조치가 유일한 카드로 점쳐지지만 이마저도 효과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미국의 경기부양 조치에 대해 중국이나 신흥 시장국들이 인플레를 유발한다며 반발하는 점도 버냉키 의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IHS글로벌인사이트 나이절 걸트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어떤 것도 현상의 국면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는 아닌 것 같다. FRB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뭔가를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대책을 내놓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기존보다 훨씬 강도 높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수석 북미 이코노미스트 이선 해리스는 “국채수익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핵폭탄급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 2% 중반대인 국채수익률의 목표치를 1.5%로 내린다면 FRB가 국채를 사들인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미국의 물가안정 노력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시장에 달러가 과도하게 풀리면 다른 국가들의 외환정책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버냉키 의장의 발표 시기도 당겨져 미국 동부시간 9일 오후 2시 15분(한국시간 10일 오전 3시 15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미 신용등급 강등 이전만 해도 버냉키 의장이 FOMC 결과를 전례에 따라 오는 26일 미국 와이오밍 주의 휴양도시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개막 연설에서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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