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뒤통수 맞은 ‘머독 제국’ 2인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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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0순위였던 제임스… 방송 얻으려 해킹신문 폐간

머독은 방송인수 포기 결정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사의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로 위기를 맞고 있는 ‘머독 미디어제국’ 내부에서 머독 부자(父子)의 불화가 심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이 BSkyB의 인수 철회를 선언한 배경에는 부자간의 갈등이 숨어 있다고 보도했다.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 씨는 BSkyB 인수를 포기하지 말자고 주장했으나, 머독 회장은 이를 무시하고 인수 포기라는 최종 결정을 내린 뒤에야 아들의 의견을 물었다는 것이다. 2003∼2007년 BSkyB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제임스 씨는 현재 BSkyB의 비상임 의장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머독 미디어제국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던 제임스 씨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머독 회장이 아들보다 주주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뉴스코프 업무최고책임자(COO) 체이스 케리 씨를 후계자로 택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BSkyB 인수 철회를 발표한 것도 제임스 씨가 아닌 케리 책임자였다. 머독 회장이 BSkyB 인수 철회를 발표하고 나서 뉴스코프의 주가는 오히려 2.2% 상승했다.

제임스 씨는 올 3월 뉴스코프 최고위 자리로 승진했다. 뉴스코프의 영국 유럽 아시아 지부인 뉴스인터내셔널(NI) 회장직을 맡은 지 4년 만이었다. 휴대전화 해킹 사건 수습을 위해 뉴스오브더월드(NoW) 폐간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제임스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BBC는 13일 “그의 아버지가 사들였던 NoW를 폐간하겠다는 것은 제임스 씨가 상당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됐지만, 인수 철회 발표로 그의 입지는 좁아져 BSkyB 주주들로부터 사임 압력까지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씨는 머독 회장이 첫 번째 부인과 낳은 3남매 중 막내다. 하버드대를 자퇴하고 힙합 음반사인 ‘로커스 레코드’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그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때 후계자로 지목됐던 누나 엘리자베스 씨가 2000년 자신의 회사를 차렸고, 형 라클런 씨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2005년 뉴스코프를 떠나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1996년 뉴스코프의 음악 계열사에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 제임스 씨는 2003년 30세의 나이로 BSkyB의 CEO가 됐다.

한편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은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이날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도청의 피해자였을 수 있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는 NoW 기자들이 9·11테러 희생자와 관련된 전화 데이터를 수집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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