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發 방사능 공포]원자력병원 갑상샘 암환자 치료 병실 직접 가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요오드 치료실, 서울 검출량의 1000배 방사선… “문제 없어”

갑상샘암 환자가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먹고 2박 3일을 보내는 병실 앞에서 31일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가 계측기를 들고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원통 모양의 금속은 차폐 용기다. 차폐용기 안의 가느다란 시험관 속에 방사성 요오드 캡슐이 들어 있다. 차폐용기 뒤에 보이는 하얀색의 작은 구조물도 방사선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원자력병원 제공
갑상샘암 환자가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먹고 2박 3일을 보내는 병실 앞에서 31일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가 계측기를 들고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다. 원통 모양의 금속은 차폐 용기다. 차폐용기 안의 가느다란 시험관 속에 방사성 요오드 캡슐이 들어 있다. 차폐용기 뒤에 보이는 하얀색의 작은 구조물도 방사선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원자력병원 제공
“이제 약을 꺼내서 드시면 됩니다.”

갑상샘을 제거한 환자 김민정(가명·53) 씨가 차폐용기에 있던 작은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꺼냈다. 캡슐에서 방사선이 나오면서 기자의 손에 있던 방사선량 계측기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갔다. 방사선량은 환자가 캡슐을 먹고 난 뒤에도 계속 올라가더니 0.033mSv(밀리시버트)로 최대치를 보였다.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선량 평균인 0.00015mSv의 220배에 해당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대기에서 검출된 방사선량(0.0000343mSv)의 약 1000배다.

“이제 차폐벽 뒤로 가세요. 문을 닫겠습니다.”

김 씨가 병실 안에 있는 약 10cm 두께의 차폐벽 뒤로 들어가자 방사선량 수치는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사성 요오드를 먹은 김 씨는 2박 3일간 격리 조치된다. 기자가 병실 문을 닫고 나오니 계측기 수치는 0.00026mSv로 낮아졌다. 이날 환자 옆에 있던 기자도 서울에서 검출된 양의 최대 1000배에 이르는 방사선에 피폭된 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막연한 방사능 공포 분위기가 사회에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절대 안전하다”고 하지만 마스크가 동나고 요오드가 함유된 미역과 다시마가 불티나게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 농도가 실제로 얼마나 해로운 수준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동아일보 사이언스팀은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을 찾았다. 이곳은 방사선을 이용해 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기관이다.

○ 강한 방사성 요오드로 치료


갑상샘암에 걸려 갑상샘을 모두 절개한 환자들은 남아있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180∼200mCi(밀리퀴리·방사능의 단위)의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한다. 이를 Bq(베크렐)로 환산하면 약 66억6000만 Bq이고 환자가 받는 방사선량은 약 400mSv다. 갑상샘암 환자들은 수술을 해 갑상샘을 제거한 뒤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한 차례 복용해야 한다. 방사성 요오드가 남아있는 갑상샘 세포나 암세포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캡슐을 먹은 뒤엔 매일 갑상샘 호르몬제를 챙겨 먹어야 한다.

일단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박 3일 동안 격리된다. 또 1주일간 어린아이나 임신부와의 신체 접촉을 피해야 한다. 임상무 원자력병원 핵의학과장(전문의)은 “혹시 모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며 “일주일이 지나면 환자 몸에서 방사선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지역 대기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의 양은 m³당 0.000356Bq이었다. 임 과장은 “환자들이 먹는 방사성 요오드의 양은 서울 대기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 수치의 약 2조 배에 가깝다”며 “이렇게 많은 양을 복용해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매일 방사선 쬐는 직원들도 이상 없어


원자력병원 방사성동위원소병실의 평균 방사선량도 0.00026mSv다.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선량보다 1.7배가량 높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수준이다. 김수진 방사성동위원소병실 담당간호사는 “일반인보다 많은 방사선을 받는 곳에서 근무하지만 이 정도의 방사선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실에 있는 담당간호사들은 누적되는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개인선량계’를 가슴에 차고 있었다. 3개월마다 누적된 방사선량을 조사하고 기준치(분기당 30mSv)를 초과했는지 분석한다. 김 담당간호사는 “2003년 병실이 문을 연 이후로 방사선 기준량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갑상샘암 환자들이 먹는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관리한 정진석 원자력병원 핵의학과 의료기사장도 “방사선량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그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방사성 요오드 약을 환자에게 줄 때도 2∼3m만 떨어져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나본 환자들도 방사성 요오드보다는 오히려 평생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는 것을 주로 걱정했다. 30일 병실로 들어간 한 환자는 “방사성 물질 오염으로 불안하지는 않다”며 “그것보다는 앞으로 호르몬제를 매일 먹어야 하는 것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기 중에서 검출된 양보다 1억 배가 높아도 절대 안전하니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기자 won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