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00억 달러 푼다]美는 찔끔 풀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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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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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은 ‘2차 환율전쟁’ 대비 태세

《3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6000억 달러(약 664조 원)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한 이후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글로벌 경제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치에 세계 경제의 관심이 쏠린 것은 글로벌 환율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FRB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환율 변동요인을 최소화한다는 합의가 나온 것을 의식해 당초 2조 달러를 풀 것이라는 전망보다 적은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하지만 일본 중국은 이마저도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반발한다. 일본 중국 등의 대응에 따라 11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환율전쟁이 핫이슈로 부상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경제회복 “너무 느리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차 양적 완화로 1조7000억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당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퍼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2차 양적 완화는 위기 이후 회복기의 처방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회복 속도가 너무 느려서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은 9.6%로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3분기 주택 보유비율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66.9%에 머물렀다.

다만 2차 양적 완화의 규모는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합의한 내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주 회의의 성명서(코뮈니케)에는 “선진국(기축통화국 포함)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하며 이 같은 행동은 신흥국이 직면한 자본이동의 급격한 유출입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양적 완화 규모가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조치가 실물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기업과 가계는 높은 금리가 아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를 꺼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4일 발표된 미국의 올해 3분기 노동생산성(농업부문 제외)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도는 1.9%를 나타내 미국의 경기 전망을 다소 밝게 했다. 증가율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들이 조업시간을 늘려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 증시도 2차 양적 완화 발표 이후 상승세로 화답했다.

○ 다시 환율전쟁 일어날까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환율전쟁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양적 완화 규모가 전반적으로 예상했던 수준이라 첨예한 환율전쟁 양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 등 선진국이 ‘돈 풀기 릴레이’를 벌이고 브라질 태국 등 신흥국이 이에 반발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일본은행(BOJ)은 5일 통화 정책회의를 열어 금리 수준과 추가 양적 완화 등을 결정한다. 영국은행(BOE)은 4일 정책금리를 0.5%로 유지하고 미국과는 달리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일본과 중국은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에 따르면 4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환율의 지나친 변동은 경제와 금융안정성에 악영향을 준다”며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해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보였다. 샤빈(夏斌) 중국 런민은행 통화정책위원도 “세계 각국이 달러와 같은 국제통화를 제한 없이 발행하는 한 서방의 상당수 현명한 이들이 통탄하듯 또 다른 위기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이 내년에 추가로 유동성을 풀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등 선진국이 ‘돈 폭탄’을 터뜨리면 신흥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풀린 돈이 성장세가 좋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자산 가격을 높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콘 차티카와닛 태국 재무장관은 최근 이웃 국가들과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에 따라 16일에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근 3개월 연속 동결된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4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와 예상치 못한 대내외 충격의 수시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드러냈다.

○ 금융시장, 큰 동요는 없었다


양적 완화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53포인트(0.34%) 상승한 1,942.50으로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규모에 안도한 외국인들이 약 3300억 원어치 순매수를 재개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는 “양적 완화 규모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기에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빠지지 않는 딱 그만큼의 수준으로 반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발(發) 엔고 공포를 우려했던 일본의 경우 엔화가 4일 엔-달러 환율(서울 외국환중개 고시 기준)은 81.04엔으로 전일보다 0.37엔 오르며 안정을 찾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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