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선언은 적법’ 국제사법재판소 결정 놓고 국제사회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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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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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프랑스 “발칸 평화 위해 독립국 인정을”
러-中-스페인 “이해당사국 간 풀어야 할 문제”

코소보 독립의 적법성을 인정한 22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을 놓고 국제사회가 급속히 양분되고 있다. ICJ의 결정이 앞으로 각국 분리주의자들의 독립 움직임에 미칠 파장을 놓고 관련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코소보 내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 갈라진 반응, 가열되는 신경전

1990년대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인한 코소보 학살사태를 중단시키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평화유지군의 무력 개입을 주도했던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가는 ICJ 결정을 환영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ICJ의 결정을 지지하며 “모든 국가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발칸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부통령은 21일 하심 타치 코소보 총리를 만나 코소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대표는 “EU는 양국의 대화를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나섰다.

반면 자국 내 분리주의자들 때문에 골치를 앓아온 러시아와 중국 스페인 등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세르비아와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는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코소보 문제의 해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이해당사국 간 협상을 통해서만 풀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50년 만에 처음으로 ICJ에 탄원서를 낼 정도로 강하게 반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유럽 내에서도 스페인과 그리스, 키프로스 등은 자국 내 분리주의 자극을 우려해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코소보의 앞날은?

‘자문의견’ 형식으로 내려진 이번 ICJ의 결정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또 2008년 독립 선언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가렸을 뿐 코소보라는 국가의 국제법상 적법성 판단은 피해갔다. 따라서 코소보가 국제사회에서 곧바로 국가 주권을 인정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는 국가가 현재 69개국에서 1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코소보가 사실상 독립국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192개 유엔 회원국의 절반 이상인 100개 국가가 이를 인정하면 유엔이나 EU 가입 등 주권국으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것.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ICJ의 결정을 유엔 총회에 상정해 향후 처리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 이후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될 개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998, 99년 세르비아-코소보 전쟁 이후 수천 명의 나토 주둔군이 이 지역의 불안한 평화를 유지해 왔다. 나토는 22일 세르비아계가 몰려있는 미트로비차 지역에 병력을 강화했다.

한편 코소보는 축제 분위기다. 시민들은 “독립선언 이후 가장 기쁜 날”이라며 수도 프리슈티나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적을 울려대며 자축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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