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출 꺼리는 간 日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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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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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응하느라 국정소홀”
아침 ‘관저 즉석회견’ 폐지
전임 하토야마 실패 의식한듯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일본 총리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 응해오던 ‘관저 즉석회견’ 가운데 아침 회견을 폐지한다고 21일 각 언론사에 통보했다. 언론사는 주요 현안과 정국운영 방안에 대해 최고 정책결정자에게서 직접 듣는 취재 통로의 절반을 잃었고, 총리는 국민과 소통하며 업적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인 셈이다.

간 내각의 언론 기피 움직임은 출범 직후부터 감지됐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매일 오전과 오후에 실시하던 기자회견도 간 내각 출범 후 오전 회견은 차관이 대신하고 있다. 간 총리는 17일 참의원 선거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회견문을 읽은 후 기자들의 질문을 도중에 끊고 퇴장했다.

간 총리가 언론 노출을 최대한 줄이려 하는 것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매일 두 차례 카메라 앞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친절하게 꼬박꼬박 대답했으나, 후텐마(普天間)와 같은 주요 현안에서 오락가락해 지지율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봤던 간 총리는 이달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칫하면 취재에 응하느라 정권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총리의 1일 2회 즉석회견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2년 시작됐다. 즉석회견은 고도의 순발력과 재치, 확실한 국정현안 파악을 겸비하고 있으면 총리가 회견을 주도하면서 대국민 설득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다 ‘무능력’ ‘말 바꾸기’ 이미지를 줄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우정개혁 등 정책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로 삼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소 다로(麻生太郞), 하토야마 전 총리는 고전을 면치 못해 한때 폐지를 검토했으나 ‘국민과의 만남 회피’라는 비판이 두려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간 총리는 즉석회견을 절반 줄이더라도 참의원 선거유세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선거가 끝나더라도 ‘위험한’ 즉석회견을 원상복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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