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환율 압박’ 대응… ‘인플레 잡기’ 포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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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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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환율 유연하게”… 위안화 절상 예고

“세계경제 안정에 공헌 기대”
美-日-IMF 등 일제 환영
일부 “조정시간표 없는 쇼”

중국 정부가 19일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위안화 절상 압력 등 국내외적인 상황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앞으로 평가절상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환율시스템 개혁에 대한 구체안이 없는 데다 위안화의 절상 폭과 속도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국과 유럽의 불만과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외부 압력 피하고… 내부 필요 충족도

중국이 19일 발표한 ‘환율 체계 개혁’은 중국이 2005년 7월 도입했다 2008년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해 온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회복하고 재정비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위안화 절상 압력만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금융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환율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중국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82위안에 고정시켜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인도 브라질 등으로부터도 절상 압력을 받아 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부터 캐나다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열려 위안화 절상 요구가 쏟아질 것에 대비해 중국의 조치가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0일 “현재로선 위안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의 이유는 없다”며 미국 유럽의 위안화 절상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런민은행은 앞서 19일 환율 유연성 강화를 발표하면서도 “현재 위안화 환율을 크게 조정할 만한 기초는 없다”고 밝혀 위안화 절상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 예상 폭은 올해 2∼3%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만 롄허(聯合)보는 “이번 조치는 전술 전투 전략 등 세 가지 차원의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술적으로는 G20 회의에서 위안화 절상이 주요 화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 환율을 통해 인플레를 잡는 전투에 필요하다는 것. 전략적인 측면이란 과열을 막으면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올해 거시경제 조정에서 환율 이자율 지급준비율 등 세 가지 수단 중 환율 조정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 환영 속 ‘구체적 행동 중요’ 지적도

중국이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세계 지도자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런민은행의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 “위안화 환율 유연성이 세계 경제 회복에 가장 중요하다”며 공세를 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즉각 환영을 나타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번 조치로 중국의 가계 수입이 늘어나고 중국 소비재 산업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19일 “중국과 아시아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안정과 균형 있는 성장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재무성 간부는 “위안화 절상은 일본 경제에도 플러스가 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0일 전했다.

다만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조치에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단호한 이행’을 촉구했다. 홍콩 크레디트스위스그룹의 한 경제분석가는 “구체적인 환율 조정 시간표가 없어 미국에 대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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