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화약고’ 다시 전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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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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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에 미사일 제공’ 의혹 확산속 이스라엘-이란 대립 고조

시리아가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정치단체인 헤즈볼라에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중동에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시리아 레바논은 물론이고 이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강국들과 미국도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 이스라엘-이란의 대리전?

논란은 13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시리아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헤즈볼라에 스커드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불거졌다. 시리아와 레바논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이스라엘 정부와 언론은 연일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5일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에는 “지상군을 투입해 시리아 정부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한 퇴역 장성의 기고가 실리기도 했다.

미국 정부도 시리아에 경고를 보냈다. 19일에는 워싱턴 주재 시리아 부대사를 소환했고, 21일에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미국은 모든 방안(all options)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와 사우디는 시리아와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범아랍권 신문인 알하야트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일단 26일 “시리아를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무력충돌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2006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를 약 한 달간 공격해 레바논인 1400여 명이 숨졌고, 올 1월에도 양측이 포격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및 헤즈볼라 움직임에 민감한 것은 이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격인 이란은 시아파인 시리아, 헤즈볼라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이란의 핵 개발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설이 나도는 가운데 이란이 시리아,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선제공격할 가능성을 이스라엘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 난감한 미국과 레바논 정부

논란이 확산되자 레바논과 미국 정부는 난감해하고 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친서방, 반이란 성향인 데다 부친인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시리아, 헤즈볼라와는 ‘물과 기름’ 사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시리아를 방문해 관계개선 의지를 밝혔고, 전체 의석 128석 중 57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연합의 핵심인 헤즈볼라와의 정치적 협력도 필수여서 어느 쪽 편도 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중동평화 정책을 놓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 국가 중 하나로 꼽았던 시리아에는 5년 만에 대사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리아에 대한 대응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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