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 하마스 군사총책 피살 배후세력 갈수록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두바이, 암살단 11명 명단 공개
소지 여권 위조된 것으로 밝혀져

지난달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고급 호텔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총책 마흐무드 알마브후흐(50) 살해사건 수사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두바이 정부가 감시카메라에 찍힌 암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체포에 나섰으나 이들이 소지한 영국 등 유럽국가의 여권이 모두 위조된 것으로 밝혀져 추적할 길이 막막해졌기 때문.

하마스가 암살 배후로 지목한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는 과거 실패한 암살 작전에서도 영국 여권을 위조한 전례가 있는데 영국 정부가 자국민 명의가 어떻게 암살자들에게 도용됐는지를 확인하는 조사를 시작해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하마스 군사조직을 창설한 알마브후흐는 1989년 이스라엘 군인 2명의 납치, 살해에 관여했으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로켓포 등 무기를 밀반입해 이스라엘의 집중 감시를 받아왔던 인물이다.

두바이 사법당국은 16일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의 여권을 소지한 살인혐의자 11명에 대해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영국 여권 소지자가 6명, 아일랜드 3명, 프랑스와 독일인이 1명씩이며 여성도 1명 포함돼 있다. 두바이 경찰은 이들의 명단과 얼굴사진,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기록 등을 공개했다.

두바이 경찰은 유럽 출신 전문 암살단이 지난달 19일 시리아를 출발해 두바이에 도착한 알마브후흐의 뒤를 쫓았으며 알마브후흐가 투숙한 호텔 방 안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곧바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도시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범행일 하루 전 두바이에 도착한 암살단은 알마브후흐가 묵기로 한 호텔 방의 맞은편 방을 예약했으며 가짜 수염과 가발 등으로 위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두바이에 도착한 범인들은 여러 호텔에 분산 투숙했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모든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말했다. 타밈 청장은 이스라엘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외국 정부가 살해를 명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은 “여권이 위조된 것”이라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외교부는 “사용된 여권이 위조됐다”고 말했고 아일랜드 외교부도 “두바이가 발표한 범인 정보와 일치하는 여권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AFP통신은 아직까지 아무런 증거는 없지만 모사드가 암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에서 활동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인 밥 배어 씨는 뉴욕타임스에 “두바이가 이번 사건으로 관광과 금융 중심지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해 조용하게 수사하기보다는 용의자들의 신상을 고의로 공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