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에서 ‘오그라든 10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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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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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올 GDP-광공업생산지수 10년전보다 줄어

근로자 급여도 5.5% 감소
수출만 매년 1.3%씩 증가

1990년대 초반 거품 붕괴로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2000년대 들어 ‘오그라든 10년’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1991∼2002년의 장기 불황으로 일본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락해 기업과 은행이 도산한 게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린다면, 2000년 이후 10년은 불황의 여파로 일본의 경제 규모가 되레 오그라든 10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 분석가들은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999년에 비해 5% 감소한 473조 엔(약 5969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 등 유무형의 상품 생산이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2000∼2009년 10년 동안 연평균 GDP 성장률은 ―0.5%로, 물가 하락을 감안한 실질 GDP 성장률로 따져도 연평균 0.7% 성장에 그친다.

올해 일본의 근로자 급여 총액도 255조 엔에 그쳐 10년 전에 비해 5.5%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2003∼2007년에 1∼2%대의 반짝 성장을 보였으나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난 탓에 기업은 돈을 벌었어도 근로자는 가난해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 여기에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월급과 보너스를 대폭 삭감하고 고용마저 줄이면서 근로자의 소득 감소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2000∼2009년의 연평균 광공업 생산지수도 ―1.5%로 떨어졌다. 생산지수는 2007년까지 상승했지만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올해 생산지수가 14% 이상 하락했다. 물가 하락도 일본 경제 규모의 축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 탈출 이후 3년 5개월 만인 지난달 다시 디플레 국면을 인정했다. 2000년대 중반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들어 물가지수는 오히려 연평균 0.2% 감소했다. 실제로 청소기 등 가전제품 가격은 1990년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41%) 떨어졌으며 남성 정장 한 벌 가격도 17% 하락하는 등 물가 하락이 이어졌다.

신문은 그나마 전망이 밝은 분야로 일본의 수출을 꼽았다. 올해 일본의 수출액 전망치는 54조 엔으로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줄기는 했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14% 증가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2000년대 들어 매년 1.3%씩 증가한 셈이다. 신문에 따르면 2000년대까지는 수출이 미국에 편중돼 있었지만 앞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오그라든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역시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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