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사무총장’서 이집트 정국 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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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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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퇴임 엘바라데이 “대선출마”… 무바라크에 도전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12년 만에 퇴임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67·사진)이 이집트 정국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2011년 이집트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뒤 이집트 정부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최근 성명을 통해 “만일 선거가 유엔 감시하에 민주적이고 공평하게 치러진다면 대선후보로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은 1981년부터 28년째 권좌에 앉아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이어서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81세인 무바라크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집권 국민민주당(NDP) 정책위원장인 아들 가말(46)에게 정권을 물려주려 한다는 예측이 많았다. 이집트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무바라크 정권이 28년 내내 긴급조치법과 보안군을 통해 정치적 자유를 제한했다고 비난해 왔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모든 국민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도록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헌법은 최소한 1년 이상 정당 리더로 활동한 사람만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소속 후보는 하원의원 65명, 상원의원 15명, 지방의회 의원 140명의 추천을 받은 후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정치 경력이 없는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서려면 엄청난 장애물을 통과해야만 한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에 대한 친정부 매체의 공격도 맹렬해지고 있다. 국영매체들은 “엘바라데이는 IAEA에서 이집트와 아랍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했으며 유엔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협조했다”며 “40년간 해외에서만 활동한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깎아내렸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IAEA 사무총장이던 2003년 미국이 주장하는 이라크 핵시설은 없다는 IAEA의 보고서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임기 말 이란의 핵개발 야망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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