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오바마 기저귀’ LA 대학서 판매”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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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의 옥시덴탈 칼리지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흔적을 상품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6면에 옥시덴탈 칼리지와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한 인연을 통한 ‘오바마 신드롬’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학교 3학년생 토마스 스트링거는 지난 9월 개학후 새로 배정된 기숙사건물 하인스홀 A104호에 들어설 때만 해도 이곳이 30년전 오바마 대통령이 쓰던 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생물학도인 스트링거는 “오바마가 쓰던 방인데 기념패라도 있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한 그는 룸메이트와 함께 손잡이가 있는 의자와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를 이용해 ‘버락 오바마 VIP라운지’라고 장식을 만들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높은 언덕에 위치한 옥시덴탈 칼리지는 작은 인문계 대학으로 오바마가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으로 옮기기전까지 2년간 다닌 곳이다.

당초 학교측은 오바마 대통령을 이용한 마케팅을 생각하지 못했다. 졸업장도 없는 그를 기리는 기념패나 흉상을 만들고 기념관을 만드는 것도 어색하다. 오바마 이름으로 된 장학금도 없다. 유일한 오바마의 흔적은 도서관 한쪽 구석에 전시된 안경케이스가 고작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학생’을 기념하기로 하고 오바마가 공부하던 도서관과 강의실에 조각상도 비치할 예정이다. 옥시덴탈 칼리지의 조나단 베이치 총장은 “단순히 그에 관한 일화를 알리는 것보다 학교에서 공부한 사실을 부각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헌법을 공부할 때 담당 교수였던 로저 보에쉬 씨(61)는 지난 여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함께 옛 추억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농담삼아 A를 받아야 하는 리포터를 B를 줬다고 불평하더라”고 전했다.

사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미래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버드만 해도 법대 대학원을 졸업한 오바마를 포함, 8명의 역대 대통령이 있다.

그러나 옥시덴탈 칼리지처럼 작은 학교는 이런 기회를 갖기 어렵다. 대통령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해 학교를 홍보하고 기부자도 늘리는 기회가 된다.

일리노이에 있는 작은 대학 유레카 칼리지는 1932년 졸업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덕분에 지금도 기부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학교는 레이건 전 대통령 이름으로 된 기념관과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에 조성한 로널드 레이건 평화가든에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흉상과 베를린 장벽의 조각이 전시돼 있다.

올해부터 유레카 대학은 로널드 레이건 소사이어티를 통해 기부금을 모금하고 아카데믹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또 레이건 전 대통령이 영화배우 시절 사용한 모자와 셔츠 등을 전시하는 레이건 필름 페스티발도 계획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휘티어 대학교는 퀘이커 교도들이 세운 학교로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34년 졸업했다. 이 학교는 닉슨의 학생시절 자료들을 따로 전시하고 있다.

1860년대 윌리엄 맥킨리 전 대통령이 다닌 펜실베니아의 앨러게니 대학은 대통령이 졸업은 안했지만 식당에 그의 이름을 명명하고 암소모양의 기념패도 표시해 놓았다. 암소모양의 패를 만든데는 일화가 있다.

맥킨리가 학교탑에 소를 끌고 올라가는 장난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가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는 했지만 내려올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학교 웹사이트에 따르면 ‘한번에 스테이크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옥시덴탈 칼리지는 열쇠고리, 머그잔과 ‘바옥시(BarOxy) 웨어’로 불리는 티셔츠와 모자 등 오바마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이들 상품엔 ‘오바마 83’이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오바마가 만일 학교를 옮기지 않았다면 졸업하는 연도를 표시한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라는 글이 새겨진 기저귀는 10.95 달러에 팔린다.

컬럼비아 대학의 경우 오바마를 기리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는 않는다. 학교측은 “대통령의 졸업을 광고하는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기념패나 조각상을 만들 계획도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오바마는 컬럼비아 대학이 배출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루즈벨트도 컬럼비아 로스쿨을 다녔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1887년 장로교단이 세운 옥시덴탈 칼리지는 학생수가 1900명으로 붉은 지붕과 크림 색이 조화를 이룬 건물과 우거진 나무와 나무벤치가 운치를 자아낸다. TV와 영화에서 단골 촬영지이기도 한 이 학교는 ‘비버리힐즈 90210’이라는 TV드라마에서 가공의 캘리포니아 대학으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앨리샤 실버스톤이 출연한 영화 ‘크루리스’, 패트릭 뎀프시의 ‘메이드 오브 어너’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오바마가 이전에 이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학생은 풋볼스타 출신으로 공화당 부통령 후보까지 지명된 잭 켐프 전 연방하원의원이다. 1957년 졸업생인 그는 올해 작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옥시덴탈 칼리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소녀때문이라고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도 한 소녀를 따라서 대학에 갔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오바마는 옥시덴탈 칼리지에서 정치적 자각의 계기를 이뤘다고 말한다. 그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했고 학생회장 사무실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옥시덴탈 칼리지는 방문객들을 위해 오바마의 족적을 따라갈 수 있는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온 100명의 관광객들이 ‘오바마 투어’를 진행한 후 마지막 들른 곳은 다른 관광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기념품 숍이었다.

기념품을 파는 캠퍼스 북스토어 담당과장인 애니 울프 씨는 “과거엔 관광객들이 TV 드라마때문에 왔다”고 달라진 풍경을 설명했다. 학교측은 방문자들이 홀로 다닐 수 있도록 안내하는 ‘버락 워크(Barack Walk)’라는 팜플렛을 발행할 계획도 세웠다.

학생들은 요즘 오바마 대통령이 졸업식에서 연설해 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옥시덴탈 칼리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다는 계획이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답변은 유보한 채 “대통령의 이름과 상징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 오랜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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