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중간수역’ 한일어업협정 다시 도마에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3분


정치권 “DJ때 서두르다 도발 빌미… 재협상을”

DJ - 盧정부 측 “EEZ와 독도 영유권은 무관”

일본의 ‘독도 도발’로 김대중 정부 당시 일본과 맺은 한일어업협정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가 15일 중학교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허술한 한일어업협정이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7일 “한일어업협정 당시 배타적 경제수역(EEZ) 기점을 울릉도로 설정했고 독도는 중간수역으로 했는데 당시 국제법상 개념이 아닌 중간수역 설정에 많은 분들이 잘못했다고 지적했다”며 “우리 정부가 한일어업협정 종료를 일본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7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현재의 한일어업협정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임박한 1998년 9월에 체결된 뒤 이듬해 1월 정식 발효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협정 체결 당시 일각에서는 “DJ의 방일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양국 정상회담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어업협정을 체결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전에도 한일어업협정은 있었다. 양국이 한일어업협정을 최초로 맺은 것은 1965년으로 연안 12해리를 어업전관수역(배타적 권리를 갖는 곳)으로 정했다.

하지만 1994년 양국이 비준한 유엔의 해양법 협약에 따라 연안 200해리까지는 EEZ로 지정할 수 있어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이 필요하게 됐다. 양국 해안이 마주 보는 동해와 남해의 폭이 모두 400해리 미만이어서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200해리 관할권을 주장할 수 없었기 때문.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1998년의 신(新)한일어업협정, 즉 2차 어업협정이다.

쟁점은 EEZ 기점이었다. 양측은 한국의 EEZ 기점을 울릉도로 설정하고 독도를 이른바 ‘중간수역’에 두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후 중간수역은 독도 문제를 둘러싼 불씨가 됐다. 한국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중간에 있는 수역’으로 주로 해석한 반면, 일본은 ‘소유가 명확하지 않은 잠정 수역’으로 규정하면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한일어업협정을 둘러싼 ‘독도 영유권 훼손’ 논란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교과서 파문 전에도 2006년 4월 일본 정부가 한국 측 EEZ에서 허가 없이 수로 측량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독도를 국제적인 영토 분쟁지역으로 삼아보겠다는 ‘도발 사례’로 꼽힌다.

한일어업협정은 어업 이익 침해라는 또 다른 논란에도 휩싸였다. 한일어업협정 협상에서 한국의 쌍끌이 어선을 조업요구 대상에서 빠뜨려 당시 김선길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는 등 이른바 ‘쌍끌이 파동’까지 벌어졌다.

한일어업협정과 독도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됐지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한일어업협정과 독도 영유권은 무관하다”는 논리를 일관적으로 펴왔다.

2005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일어업협정 폐지 및 재협상 주장이 나오자 당시 오거돈 해양부 장관은 “한일어업협정은 독도 영유권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독도학회 회장인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차 한일어업협정 전까지는 한국을 압박하는 외교수단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로 사용했는데 협정 이후 독도를 침탈할 장기 정책을 입안해 집행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진정 용기가 있다면 협정 종료를 통보하고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배타적경제수역(EEZ)::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까지의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 경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수역.

::쌍끌이 어선::

배 2척이 저인망을 끌며 고기를 잡는 어로 방식. 한일어업협정 당시 김대중 정부는 쌍끌이 어선을 조업요구 대상에서 빠뜨리는 실수를 저질러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독도에 행정사무소 내년 설치

■ 정부, 실효지배 강화 방안

정부가 연일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7일 독도 동도에 93m² 크기의 행정사무소를 내년까지 완공하고, 2010년부터는 공무원 2명을 상주시키기로 했다. 현장을 방문하는 방문객과 어업인, 경비대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행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과거 사례를 보면 독도에 등대, 어민 대피시설 등 건조물을 지을 때 일본 정부가 가장 민감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며 “실효 조치를 더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건조에 들어간 160t급의 독도 관리선은 올해 말 완성된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이 배를 투입해 독도와 주변 해역을 탐사관리하고, 독도 주민들을 위한 생활물자를 수송할 예정이다. 독도에 정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독도 거주민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민등록상 독도 주민은 4명에 불과하다.

독도 해역에서 해군 순시선을 운항하거나 독도 상공에 공군기의 초계비행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일본이 방위백서에 독도를 미해결 영토문제로 적시한 데 대한 대응으로 우리 공군기가 독도 상공을 초계비행한 전례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는 방안이 강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숙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북-일 간 현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 등 한국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사안에서 우리 정부가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안은 매우 많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영상 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