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력충돌 일단 진정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군부, 헤즈볼라 손 들어줘… “현정권 지지 美 큰타격”

7일 시작된 레바논 친(親)정부 세력과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간의 무력충돌이 헤즈볼라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헤즈볼라를 중심으로 시아파 세력이 향후 레바논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미국 등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서방 국가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푸아드 알시니오라 총리는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를 대부분 장악하고 레바논 북부 도시 트리폴리에서도 양측의 충돌로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10일 군부에 개입을 요청했다. 그동안 군부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왔다.

레바논 군부는 헤즈볼라에 무력 사용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됐던 친헤즈볼라 성향의 베이루트 공항 보안국장 해임 등 정부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약속해 사실상 헤즈볼라의 손을 들어줬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11일 베이루트에서 철수했다.

AP통신은 “헤즈볼라가 자신들의 힘을 보여줌에 따라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며 레바논 정부를 지지해온 미국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레바논 정계는 2005년 2월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뒤 이른바 ‘3·14연합’으로 불리는 정부·여당 세력과 ‘3·8연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야권으로 양분됐다.

3·14연합은 이슬람 수니파와 기독교 온건파, 레바논 내 소수민족인 드루즈계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3·8연합에는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슬람 시아파 세력과 기독교 강경파 세력이 참여했으며 시리아와 이란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43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레바논은 그동안 대통령은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가 나눠 맡는 등 종교 세력 간 ‘안배주의’ 원칙에 따라 정국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점차 세력이 커지는 시아파는 각료 자리의 3분이 1 이상을 자신들에게 할당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정국 운영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임기가 끝난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한 의회 소집이 18차례나 무산되는 등 레바논 정국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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