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다]박유하 세종대 부교수

  • 입력 2008년 3월 3일 15시 45분


지식인 20 명에 듣는다 -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10 대 사건은? (15)

박유하(朴 裕河) 세종대 부교수

■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들춰내는 근대

왜 역사를 배우는 것일까. 그것은 오늘날을 사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구조’를 알기 위함이다. 동아시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사건을 선택했다. 전쟁과 식민지, 냉전과 관계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했다.

근대는 제국주의의 시대이며,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들춰낸 시기이기도 하다. 그 욕망을 숨기기 위해, 차별과 지배라는 폭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구조화되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이제까지는 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정치와 자본의 힘에 쫓겨 사람들은 움직이며 그 속에서 만남과 갈등이 생겨난다.

①청일 전쟁은 류큐(琉球)와 홋카이도(北海道) 지배와 더불어, 근대 일본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그대로 표출된 최초의 대외 전쟁이었다. 그 결과, 대만을 식민지로 획득했다. ②러일 전쟁은, 조선을 지배하에 두기 위한 전쟁이었으며,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다. ①②와 함께 사람들도 이주하기 시작했다. 개척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사람들이 제국의 욕망을 안고 대륙으로 건너갔지만, 그 중 많은 사람이 일본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는, 실제로는 기민(棄民)이었다는 이중구조에 주목하고 싶다.

③일본의 중국으로의 세력 확장은 근대 이후의 일본이 대만과 조선의 지배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자국에 대한 ‘위협’이라는 구실로 삼아, 중국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품는 과정에서의 사건이다.

④전후 일본의 출발은 민주화와 전쟁의 포기라는 전후 이념이 어떻게든 지금까지는 지켜져 왔다는 사실을 오늘날의 일본 젊은이들이 좀 더 확실하게 인식해 주었으면 하는 희망으로 선택했다. ⑤로 들 수 있는 전후의 한계와 한중일 역사 갈등과도 관계가 있는 사항인데, 전후의 이념을 상기하면서도,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 의식이 모자랐던 사실도, 함께 논의의 대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도쿄 재판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없었다는 점이 영향을 주었다는 판단이다.

‘역사를 둘러싼 갈등’은 야스쿠니 신사와 ‘종군위안부’문제들을 놓고, 근대 이후의 일본과 중국, 한국에 있어서의 갈등이다. 각 나라가 자국에게 이로운 것만을 가르쳐 왔다는 것도 한 요인이 되겠지만, 일본의 전후의 ‘한계’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⑥이하는 순위를 정하지 않았는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명성황후의 암살에 관해서이다. 평가는 접어두고라도, 이 두 죽음에 대해 모른다면 한일 간에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알아 두었으면 한다. 난징(南京) 학살도 마찬가지다. 이웃 나라의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들은,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으로서 알아 두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 태평양전쟁은, 일반적으로 미국과의 전쟁처럼 인식되지만, 배후에 아시아와의 전쟁과 식민지 지배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의 패배만을 기억하면, 피해자로서의 일본상이 중심이 되어 버린다. 대만은 한국에 비해 친일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중국 공산주의와 대립하는 구조에서 나온 결과다. 중국에 편입되어 버린다는 위기감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계속 가져야만 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이다. 분단은 한반도 내부에서의 문제 뿐 만이 아니라 일본 식민지 지배의 결과물이며, 미소가 한반도에 개입한,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쟁이라는 측면이 있다. 이후의 냉전 구조와도 깊게 관여하는 사건으로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봉기를 무력으로 진압한 4•3 사건은, 이러한 전 단계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피한 사람들도 있어, 재일조선인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4•3 사건도 함께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인터뷰:사쿠라이 이즈미(桜井泉)

[약력]

박유하. 1957 년생. 게이오 대학,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했다. 저서로는 일한 상호간의 자제와 관용을 호소한 『화해를 위해서』(헤본사(平凡社)가 있다. 오사라기 지로(大佛次郎論) 논단상을 수상했다.

[리스트]

① 청일 전쟁과 대만의 식민지화

② 러일 전쟁과 조선의 식민지화

③ 일본의 중국으로의 세력 확장과 일중 전쟁

④ 전후 일본의 출발(전쟁 포기와 민주화)

⑤ ‘전후’의 한계와 한중일의 역사를 둘러싼 갈등

(이하, 순서를 정하지 않는다)

○ 명성황후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암살

○ 난징(南京) 학살

○ 아시아 태평양 전쟁과 일본의 패배

○ 중화인민 공화국 성립과 전후의 대만

○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제주도 4•3 사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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