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중국 증시]<下>객장에 가봤더니…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노인도 주부도 “4% 은행이자 성에 안차”

“4%대 은행 이자는 흥미 없어요.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종목만 잘 고르면 수익을 올릴 수 있거든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만난 샤오루(邵路·30) 씨는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은행 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금융자산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현지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식 투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투자 열기는 지난해보다 주춤해졌지만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주가 빠져도 객장은 문전성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내리막을 보였던 20일(―2.09%)과 21일(―0.87%), 상하이와 선전(深(수,천))의 자오상(招商)증권사 객장은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컴퓨터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한국의 PC방을 연상케 하는 객장에서 투자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거래를 하고 있었다. 일부 여성들은 손으로 뜨개질을 하며 눈은 계속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선윈(沈云) 상하이센터지점장은 “은행 이자가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가는 데다 부동산은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자금이 증시로 모이기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자와 만난 개인투자자들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낙관론 일색이었다.

지난해 100% 수익률을 올렸다는 왕짜이친(王在欽·34) 씨는 “올해 목표 수익률도 100%로 잡았다”며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빠졌으니 올해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들도 데스크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새로 증권계좌를 만든 옌하이보(嚴海波·29) 씨는 “주식 투자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 관심이 있던 차에 주가가 떨어져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셰진훙(協金紅·36) 씨는 “지난해 주식 투자로 30%가량 수익을 올렸다”며 “경제가 발전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증시가 거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 열기 한풀 꺾여

하지만 객장에 스님까지 나타나 화제를 모았던 지난해와 달리 투자 열기는 다소 누그러져 있었다.

자오상증권 완창핑(万長平) 선전이톈로지점장은 “지난해 5, 6월에는 증권계좌를 개설하려고 방문한 사람이 하루 500∼600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는 100억 위안짜리 펀드가 하루나 이틀 만에 다 팔렸지만 올해는 같은 규모의 펀드를 파는 데 1, 2주가량 걸린다”고 덧붙였다.

신규 증권계좌 증가폭도 둔화되고 있다. 대신증권과 세계경제연구전망기관인 CEIC에 따르면 월별 신규 증권계좌 수(상하이 및 선전 증시 A주 기준)는 지난해 5월 664만여 개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1월에는 287만여 개로 줄었다.

그러나 펀드 환매 여부나 매도 시점을 묻는 고객은 많지 않다고 했다. 완 지점장은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좋은지, 증시가 오를 것인지를 묻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주가가 하락한 이유를 묻는 날은 증시가 폭락한 날”이라고 말했다.

○“증시, 공급 너무 많아”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에서 투매 현상이 아직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의 자금만으로는 증시를 떠받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것은 수급 문제보다는 신규 기업이 대거 상장되는 데다 거래가 묶여 있는 비유통주가 쏟아져 나오는 등 공급 물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상하이종합지수는 주요 기업의 비유통주가 해제된다는 소식에 4% 이상 급락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상하이·선전·홍콩=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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