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론지, 인터넷 선정보도에 속앓이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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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 평화회담을 개최한 지난 한 주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영예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정작 누리꾼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뉴스는 라이스 장관의 평화 중재 노력이 아니라 그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었다.

발단은 타블로이드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최신호 커버스토리. 이 주간지는 “정가 소문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이 1998년 영화 제작자인 랜디 빈이라는 미혼 여성과 집을 공동 명의로 구입했다는 ‘구문’도 덧붙였다.

곧바로 ‘동성애자가 (동성애자에 적대적인) 공화당 정부에서 어떻게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지난 주말 검색 엔진 구글에서 ‘콘돌리자’와 ‘레즈비언’ 두 단어를 사용한 조회 수는 14만6000건이 넘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은 타블로이드 신문 등에서 떠도는 유력 후보의 추문들을 확대 재생산하는 최대 매개체다. 영국 더 타임스는 2일 이 같은 경향 때문에 중요한 정치 사회 문제들이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고 지적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뉴욕시장 시절 혼외 관계를 맺고 있던 주디스 네이선 씨의 집을 드나들며 교통비를 공금으로 처리했다는 주장이 인터넷 언론에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네이선 씨는 줄리아니 후보의 세 번째 부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여자 선거 참모인 휴머 에버딘 씨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인터넷 보도는 가장 많이 읽힌 정치 뉴스 중 하나로 알려졌다.

민주당 후보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암과 투병 중인 부인이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여자 선거 참모와 동침했다는 기사가 조회 수 상위를 기록했다.

더 타임스는 미국의 권위지들이 ‘근거 없는 추문을 보도할 수 없다’는 직업윤리와 자극적인 뉴스를 찾아 인터넷으로 몰려가는 독자들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언론 전문 격월간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최근 주요 편집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독자들은 외면하지만 공익에 기여하는 신문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논의하기도 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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