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한국문학 불모지…더 많은 작품들 번역돼야”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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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입맛만 맞추려는 건 출판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마케팅은 상품을 팔기 위한 전략과 반드시 읽어야 할 양질의 책을 꾸준히 내는 전략으로 나뉩니다. 우리는 후자입니다.”

독일 현대 지성사를 대표하는 출판사 주어캄프의 토마스 슈파어(사진) 부사장이 한국출판인회의 초청으로 14일 한국을 찾았다. 경영을 총괄하는 그는 주어캄프의 ‘백 리스트(back list) 전략과 출판 정신’을 주제로 한 강연 등 행사를 연다.

1950년 페터 주어캄프가 설립한 이 출판사는 헤르만 헤세, 베르톨트 브레히트, 우베 욘존, 발터 벤야민, 테오도어 아도르노, 위르겐 하버마스 등 독일 현대 문학과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와 철학자를 발굴했다. 이들은 주어캄프가 아니면 책을 내지 않는 유대로도 유명했다. 주어캄프의 작가 중 노벨상 수상자가 10명에 이른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사무실에서 14일 만난 슈파어 부사장은 “주어캄프는 대중소설 등을 거부하고 양질의 인문 사회과학 문학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다”며 “최고 작가들의 최고 작품들이 주어캄프의 자산이며 ‘백 리스트’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국내 출판계에서 관심이 높은 ‘백 리스트’는 판매부수는 적으나 오랫동안 꾸준히 팔리는 대형 기획이나 시리즈 전집을 일컫는 말. 슈파어 부사장은 “백 리스트는 출판사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슈파어 부사장은 “독일에서도 대형 출판사의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지만 출판사는 본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우리의) 규모를 확장할 생각이 없다”며 “소규모 출판사일수록 자기만의 색깔이 담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어캄프는 매출액만 보면 랜덤하우스 피셔 등에 이어 독일에서 네 번째다.

한국 출판사의 유럽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주어캄프가 독일에 번역해 소개한 고은 시집 ‘조국의 별’은 독창적인 시 세계를 지녔습니다. 주어캄프의 백 리스트에 올릴 만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문학은 유럽에 거의 소개돼 있지 않습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면 더 많은 작품이 번역돼 알려져야 합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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