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채기에 中 주춤할까 韓 노심초사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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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크게 하락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증권사 객장 전광판이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91억 원과 1403억 원을 순매도했다. 원대연 기자
주가가 크게 하락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증권사 객장 전광판이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91억 원과 1403억 원을 순매도했다. 원대연 기자
《글로벌 경제 불안의 직격탄이 19일(현지 시간) 미국과 유럽에 이어 주말을 넘기고 문을 연 22일 아시아 각국 증시를 강타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이날 달러화 약세와 국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대형 악재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의 충격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드러난 악재 외에도 중국 정부의 추가 긴축 가능성 등 증시 상황에 나쁜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남아 있어 투자 분위기가 안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 악재로 세계 증시 동반 추락

이날 서울 증시의 코스피시장은 개장하자마자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9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과 대만은 물론 최근 빠른 속도로 주가가 올라 거품 논란까지 제기됐던 중국 상하이(上海) 증시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화 약세 등으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주가까지 떨어지자 아시아 증시가 큰 충격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유가 급등, 달러화 약세,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우려 등 각종 악재가 선진국 증시 급락과 맞물리면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조윤남 투자전략부장은 “글로벌 악재에 대해 세계 증시가 시차를 두고 같이 움직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한국 증시 “곧 반등할 것” vs “추가 하락 우려”

한국 증시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대신증권 조 부장은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주가가 떨어진 전례가 없다”며 “세계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달 말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도 호재”라고 주장했다.

한화투자신탁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견고한 데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이미 증시에서 예측된 악재이기 때문에 주가는 올해 안에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급등과 주택시장 침체로 미국 소비시장 위축이 가속화되면 중국 기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1,800 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조정 폭은 8월에 비하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가격 조정이 끝나더라도 급반등보다는 상당 기간 지루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 중국 경제 거품 논란 등이 변수

이번 사태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 안정의 열쇠는 중국 등 신흥시장 경제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의 주가 급락에 따라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세계 경제 흐름과 따로 움직이는 듯한 중국 증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내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이후 주춤할 경우 주가의 고속질주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거품’이 한꺼번에 빠져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결정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한 국제금융 지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갈수록 신흥시장에 많은 돈이 유입돼 거품이 폭발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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