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이버세계 지배’ 꿈 꾼다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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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부 이어 獨佛英 전산망 해킹 의혹

해커부대 창설후 사이버전쟁 강자로 부상

올해 4월 에스토니아는 3주에 걸쳐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은 100만 대 이상의 컴퓨터로 특정 사이트를 일제히 공격해 단시간에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이른바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DDOS)’ 기법을 활용했다.

인구 130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의 국가 기간통신망,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이동통신 네트워크마저 초토화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전 세계는 ‘세계 최초의 사이버 전면전이 벌어졌다’며 러시아 측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사이버 공격에 러시아 정부기관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에스토니아 사태는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만으로도 한 나라의 정보통신 체계 전체가 마비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그렇다면 국가가 직접 수행하는 사이버 전쟁의 양상은 어떨까. ‘사이버 세계대전’도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군사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사이버 전쟁 능력도 급속히 키워 가고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전쟁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중국=중국의 해커들은 올해 5월 이후 스파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독일과 프랑스 영국 정부의 전산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해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의 사이버 전쟁 능력은 이미 일회성 사이버 공격을 넘어선 단계라는 게 정설이다. 1997년 4월 인민해방군 내에 사이버 해커 부대를 창설한 중국은 이듬해 이른바 ‘논리폭탄’을 사용하는 사이버 전쟁 훈련을 거쳐 1999년 전 세계의 파룬궁 사이트를 초토화했다.

논리폭탄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작동하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 특정 상황에서 특정한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바이러스 및 e메일 폭탄을 말한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 해커들이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무력화하는 상세 계획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사이버 공격 청사진은 2050년까지 경쟁국인 미국 영국 러시아 한국을 능가해 ‘전자세계 지배’를 이룩하겠다는 계획의 일부라고 전했다.

중국의 사이버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6월 발생한 미 국방부 전산망 침입 사건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당시 중국 해커들은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 인터넷 계정(NIPRNet)에 침입했다.

그러나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중국이 노린 것은 일급비밀이 아니라 미 국방부의 전산망 시스템 자체였을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일반 계정을 통해 미군의 배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상황을 가상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독일의 주간 슈피겔도 최근 독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60%는 중국발(發)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사이버 사령부 발족 등 대책 마련=중국의 급격한 사이버 전쟁 능력 신장에 가장 긴장하는 나라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이다.

세미 세이자리 사이버방어전문가협회 회장은 4월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에 출석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은 미국의 전력 공급을 6개월간 중단시킬 수 있다”며 “초강대국 미국이 제3세계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중국의 사이버 공격 태세를 새로운 군비경쟁이라고 규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은 18일에는 루이지애나 주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임시 사이버 사령부를 발족했고 1년 안에 미 공군 최초의 사이버 사령부도 신설할 계획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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