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학교 인종비율 제한은 위헌”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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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 통합을 위한 학교배정 비율에 따라 입학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미국 대법원 판결이 28일 나왔다. 이번 판결은 흑인 민권운동의 불씨가 된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 취지를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 속에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열린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세 번째 공개토론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데다 청중이 대부분 흑인인 것을 의식한 듯 미국 사회 내 인종 차별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미 대법원은 28일 켄터키 주 루이스빌의 한 백인 여성이 “아들이 인종별 배정비율 제한(흑인 15%) 때문에 가고 싶은 집 근처의 유치원에 입학하지 못했다”며 주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 등 2건의 유사 사건에서 5 대 4로 모두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인종이 문화나 사고방식, 인식 차이 같은 다양성 충족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며 “학교 당국이 인종이라는 일괄적 기준만으로 학교배정을 강제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그는 “인종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 철폐”라며 흑인 배려로 인한 백인 역차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이 인종 통합이라는 브라운 판결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사법부와 국가가 후회하게 될 결정”이라고 한탄했다.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사건은 1952년 캔자스 주 토피카에 살던 흑인소녀 린다 브라운(당시 8세) 양이 집 근처의 초등학교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자 부모와 함께 낸 소송이다. 브라운은 3년에 걸친 법정싸움 끝에 승소했지만 이후에도 학교에서의 흑인 차별은 계속됐다.

한편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부정한 ‘브라운 대 토피카 교육위원회’ 판결이 있기까지 많은 시민운동가의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히스패닉계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인종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 법을 만들거나 새 판사를 임명하는 것 이상의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며 “다음 번 대통령은 (그런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 후보들이 흑인들을 의식하는 것은 미 민주당 후보 선출 과정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큰 변수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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